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시리즈 -7-
"성장과 효율이 최고의 선(善)이 된 시대. 우리는 가끔 목적지를 잃은 채 속도에만 열광하곤 합니다. 만약 우리가 신봉하는 경영학적 논리가 인간의 존엄성마저 '최적화'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가장 차가운 언어로 쓰인 비즈니스 잔혹극을 공유합니다."
-김태광수 올림
도로는 자신이 ‘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에는 유지보수비(ROI)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찌감치 파업에 들어갔다.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비어져 나온 침묵은 누구에게도 해명되지 않았다. 바람은 아무런 KPI 없이 불었기에 이 황폐한 풍경 속에서 가장 성실한 노동자였다.
주생은 그 허무 위에 간판을 세웠다. 각도는 철저히 계산되었다. 고객이 코앞까지 와서야 비로소 생존의 선택지를 마주하게끔. 멀리서부터 도망갈 기회를 주는 ‘기회비용’의 유출은 이 바닥에서 치명적인 과실이었다.
식사 가능합니다.
간판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택했다. 본질을 은폐할수록 브랜드의 지각 가치는 올라가는 법이니까.
구예는 안에서 분필을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글자들은 자로 잰 듯 반듯했다. 도덕적 결함은 참아도 폰트의 흐트러짐은 참지 못하는 성미였다. 변동성을 제거한 글씨체는 곧 심리적 안정감을 의미했고, 안정감은 먹잇감들의 계산 능력을 마비시켰다. 구예는 잠을 아꼈다. 그에게 잠이란 생산성 없는 시간의 낭비일 뿐이었다.
“오늘은 포지셔닝을 바꿔보자.”
구예가 말했다.
“동일 원가로 지각가치를 올리는 방식. 메뉴명은 ‘정착민 스튜’. 브랜드 연상이 좋아.”
주생이 코웃음을 쳤다. 그가 내뱉는 콧바람은 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유일한 무료 고객 서비스였다.
“이름 바꾼다고 배부르냐. 숫자나 불러.”
“전환율이 달라져.”
구예는 칠판을 두드렸다. 칠판은 숫자의 학대를 즐겼다. 숫자는 아무리 지워져도 죄책감 없이 다시 적힐 수 있는 가장 편리한 피해자였다.
“고객 여정에서 머뭇거림이 길어지면 동의 확률이 오른다. 데이터야.”
문이 열리고 ‘미처리 재고’ 세 구가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눈동자는 배고픔보다 앞선 생존 본능으로 분주하게 주위를 스캔했다. 구예는 시선을 낭비하지 않았다. 입장, 정지, 시선 이동. 그의 내부 프로세서에서는 이미 효율적인 공정 흐름도가 렌더링되고 있었다. 그에게 사람은 영혼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중력에 따라 적절히 흘려보내야 할 유체(流體)에 불과했다.
“식사.”
구예의 목소리는 기계 유처럼 매끄러웠다. 부드러움은 곧 윤활유였다.
“여긴 선택 기반 서비스야. 강제는 없어. 다만 대체재도 없지.”
주생이 툭 던졌다.
“먹을 거 있냐고? 있어. 너네.”
구예는 깃털처럼 가벼운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는 얇을수록 저항감이 적다. 두꺼운 종이는 인간에게 ‘생각’이라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발적 선택. 사후 분쟁 없음.
“리스크 제거 문서야. 분쟁 비용을 없애.”
사인이 끝나자 구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인류의 존엄성을 휴지통으로 보내는 승인 버튼이었다.
“프로세스 개시.”
처리는 빠르게 끝났다. 주생은 선입선출과 부위별 최적화 원칙을 지켰다. 먼저 근육, 그다음 지방. 뼈는 나중이었다. 뼈는 처리 비용이 많이 드는 ‘악성 부채’와 같았다. 항상 마지막에 몰려와 예산의 목을 조르는 예비비처럼. 구예는 옆에서 숫자를 적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구예의 장부에서는 오직 숫자만이 영생을 누렸다.
“근육부 우선 처리. 병목 제거.”
“뼈는 후순위. 폐기 비용이 발생하니까.”
주생이 씹으며 말했다.
“처먹을 건 처먹고, 남는 건 버리면 돼.”
“그렇게 단순화하면 수율 관리가 안 돼.”
구예가 즉시 반박했다.
“우린 확장 가능한 모델을 운용 중이야. 표준화가 핵심이지.”
-다음편은 오늘 19시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