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 -2-

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시리즈 -7-

by 김태광수

시장 포화: 성공의 역설

간판은 늘었고, 인류라는 시장 규모는 줄었다. 성공은 언제나 고독을 동반했다. 비즈니스가 너무 완벽하게 돌아가자 주변은 진공 상태가 되었다. 죽은 자는 평판을 남기지 않았고, 소문이 거세된 마케팅 부서는 굶주림 끝에 보고서나 배설하기 시작했다.

구예는 책상 위에 결함투성이의 종이 뭉치를 올려두었다. [고객 불만 접수 및 온라인 평판 관리(통합안)]

불만 목록은 지나치게 담백했다.


식사 대기 시간이 길다


메뉴 설명이 불충분하다


사후 안내가 없다 (죽은 자는 안내를 받을 귀가 없다)


구예는 ‘사후 안내’에 동그라미를 쳤다. 고객 만족도는 무덤 속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집착이었다. 리뷰 표에는 조작된 별점들이 군대처럼 열을 맞추고 있었다. 작성자는 유족, 목격자, 그리고 내부 계정이었다.

환불 규정은 한 줄이었다. [환불 불가 (서비스 특성상)]


대신 그들은 ‘추천 방문 시 혜택’이라는 화려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죽은 친구를 대신해 다른 친구를 제물로 바치라는 정교한 피라미드 구조였다. 불만족은 ‘노이즈’로 분류되어 삭제되었다. 노이즈를 지우면 그래프는 예뻤다. 시장이 멸종해가는 차트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0을 향해 수렴했다.


“이제 마케팅 전략을 바꿔야 해.”


구예가 말했다.


“‘먹는다’가 아니라 ‘지켜준다’를 판다. 스토리텔링으로 커뮤니티를 묶어. 충성도가 생기면 재구매가 발생—”


주생이 끊었다.


“재구매? 한 번 먹히면 끝인데?”


“그래서 추천 구조를 쓴다. 입소문 전파 계수를 높이면 간접 유입이 유지돼.”


표는 흐려졌고 숫자는 정직하게 줄었다. 구예는 마침내 결론을 냈다.


“시장 포화. 수요 고갈. 이제 내부 효율화 단계야.”


최종 정산: 자산 유동화


어느 날 문이 더는 열리지 않았다. 식당 앞에는 바람만 있었다. 바람은 계약서 한 장 쓰지 않는 무례한 고객이었다.


“남은 자산은 하나.”


구예가 자신의 운명을 경제학적으로 정의했다.


“전환 불가 재고. 비핵심 자산 정리가 합리적이야.”


주생이 칼을 들었다.


“말 끝났냐. 네 차례야.”


구예는 바닥에 앉아 마지막 숨의 ROI를 계산했다. 시선은 끝까지 칠판에 있었다.


“현재는 자연 수렴 단계야. 이상 징후는 아니지. 다만—”


주생이 구예의 머리통을 한참 보더니 혀를 찼다.


“씨발, 작네. 이래서 말만 많았구나. 머리통이 이 꼬라지니 수율이 나올 리가 없지.”


구예가 웃었다. 시스템의 오류 코드 같은 소리였다.


“수율은… 절대량 문제가 아니야. 작아도 회전율을—”


“좆까. 네 잘난 경영학 덕분에 인간들 씨가 말랐다는 소리지.”


칼이 움직였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주생은 오래 걸리는 걸 싫어했다.


“봐라. 이게 다냐. 전략이니 아이디어니 브랜딩이니 떠들던 게 고작 이만큼이네. 가성비 최악이다, 개새끼야.”


구예는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파쇄기에 들어간 서류처럼 잘게 찢어진 목소리였다.


“모델은… 수렴 중. 감정 개입은… 매몰 비용을….”


“그래, 수렴했다. 니미 마이너스 쪽으로.”


주생은 피 묻은 숟가락을 털었다. 남는 것은 없었다.


“죽어서도 시장가치 떨어지는 개새끼.”


그는 주방을 한 바퀴 돌았다. 빈 의자, 지워진 숫자, 쓰러진 간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청산된 풍경이었다. 모든 지표가 0에 도달했다. 수요 0, 공급 0. 완벽한 시장 균형이었다.


“장사 끝.”


인류의 최종 정산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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