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ümpfe der Verzweiflung -번외판-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낮에도 식지 않았고, 밤에는 벽에서 떨어진 습기가 바닥에 눌어붙었다. 문을 열면 먼저 온기가 나왔고, 그 다음에 냄새가 따라 나왔다. 단내와 신내가 섞여 있었고, 어느 쪽이 먼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에서 보냈다. 쓰레기 봉투는 묶이지 않은 채로 쌓여 있었고, 음식물 찌꺼기는 바닥에 스며들어 굳어 있었다. 처음에는 발을 딛는 곳을 골랐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발바닥이 바닥의 질감을 구분하지 않았다.
벌레는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많았고, 어느 날은 줄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다음 날 다시 늘었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벌레는 들어왔다. 어디로부터인지 알 수 없었다.
복도에는 문이 여러 개 있었다. 대부분 닫혀 있었다. 안에서 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매달 같은 날에 왔다.
문 앞에서 집세를 받고, 방 안을 잠시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바닥이 아니라 공기 중에 머물렀다. 질문도 권유도 없었다.
처음 몇 달 동안 나는 냄새를 의식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고, 입 안에 쓴맛이 남았다. 나중에는 숨을 참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몸이 반응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름이 왔다.
습기가 늘었고, 냄새는 더 낮아졌다. 공기 자체가 눌린 느낌이 들었다. 밤에 누워 있으면 방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 청소업체를 부르지 못했다. 봉투와 장갑을 사는 일도 미뤘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해결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자 냄새가 달라졌다. 단내가 줄고, 금속성에 가까운 냄새가 바닥에 남았다. 벌레의 종류가 바뀌었다. 소리가 달라졌다.
집주인은 날짜를 어기지 않았다.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방 안을 보고, 잠시 멈췄다가 집세를 받았다. 어느 달에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을 초입에 취직이 됐다.
셔츠를 다림질했다. 구두를 닦았다. 출근 전 거울 앞에 잠시 섰다.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먼지가 없었다. 서류는 제시간에 제출했다. 지각은 없었다. 상사는 내 이름을 정확히 불렀다.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퇴근 시간의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모두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서로의 방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방을 떠나 있는 시간이 늘자 냄새가 더 분명해졌다. 돌아오면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문을 열기 전에 숨을 정리했다.
급여명세서를 받은 날, 통장에 잔고가 남아 있었다. 자동이체를 설정했다. 연체는 없었다. 봉투와 장갑을 샀다. 청소업체 번호를 적어 두었다.
그날 저녁 집주인이 왔다.
그는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방 안을 오래 바라봤다.
“그냥 두세요.”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괜히 바꾸지 않는게 낫습니다.”
그는 복도 쪽을 한 번 더 보고 돌아섰다. 같은 표정으로 다른 문 앞에 서 있을 것 같았다.
문이 닫히자 공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밖과는 섞이지 않았다.
며칠 뒤 이웃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집의 다른 방 하나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었다. 방은 치워지지 않았고, 임대만 중단됐다는 소문이 있었다.
복도 끝 문 아래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바깥 공기가 새지 않도록 막는 방식이었다.
겨울이 왔다.
냄새는 줄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남아 있었다. 난방을 켜면 다시 올라왔고, 끄면 바닥에 남았다. 해결되는 쪽은 없었다.
출근은 빠지지 않았다.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몸이 달라졌다.
기침이 잦아졌다. 가끔 쇳가루 같은 맛이 목에 남았다. 손톱 밑에 어두운 때가 끼었고, 씻어도 잘 빠지지 않았다. 발바닥 갈라진 틈에 먼지가 박혔다. 베개에서도 바닥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숨을 내쉴 때 방 안의 냄새가 아주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집주인은 같은 날에 왔다. 같은 자리에서 멈췄고, 같은 시간만큼 방 안을 봤다.
어느 날,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투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그 뒤로 청소에 대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봄이 왔다.
벌레는 줄었고, 바닥에 남은 흔적만 늘었다.
어느 저녁, 복도 끝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안을 들여다봤다.
방 안은 비어 있었다. 바닥의 얼룩이 내 방과 비슷한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낯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