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실패는 언제나 성공하고 성공은 항상 실패한다.

- 결혼 선택의 안전지대 따위는 없음에 대해

by 김태광수

*주의 – 이 글은 결혼 잔소리를 들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Yung Dmize - FY (feat. Soulzay)



주변을 보면 답이 더 헷갈린다.
결혼한 사람들 중에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고,
혼자 사는 사람들 중에도 지쳐 있는 이들이 있다.
아이와 집, 안정된 직장을 갖춘 부부를 안다. 겉으로는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둘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걸 보면, 어딘가 건조하다. 다투지는 않지만 깊이도 없다.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느낌도 아니다.
열정적으로 시작한 부부도 있다. 서로를 잘 안다고 믿었고, 오래 갈 거라고 확신했다. 몇 년이 지나자 생활비, 일, 아이 문제 같은 것들이 쌓였다.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데, 존중이 조금씩 닳아갔다. 결국 남는 건 책임감뿐인 것처럼 보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 역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시간은 자기 것이고, 결정도 혼자 내린다. 대신 아플 때 연락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밤이 있고, 명절 저녁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묶이지 않는 대신 기대지도 못한다.
이걸 다 보고 나면 선택이 설레지 않는다.
결혼도, 비혼도 딱히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둘 다 다른 방식으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허탈해진다.
어느 길을 가도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
결정 자체가 도박처럼 느껴진다.
판돈이 인생이면 더 그렇다.
게다가 실패는 생각보다 흔하다.
관계는 쉽게 어긋나고,
몸은 늙고,
노력은 항상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성공은 뉴스가 되지만, 대부분은 그냥 버티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 삶이 더 이상 ‘잘 되기 위한 프로젝트’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손해를 줄이기 위한 운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생활을 함께 운영하는 일이다.
비혼도 자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어느 쪽이든 균열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이거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떤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을까.
관계에서 오는 마모를 견딜 수 있을지,
아니면 고독에서 오는 마모를 견딜 수 있을지.
완벽한 답은 없다.
다만 각자 덜 견디기 힘든 쪽이 다를 뿐이다.
지금 느끼는 허탈함은 패배라기보다,
환상이 조금 걷힌 뒤에 남는 감정 같다.
괜히 더 짜증나고, 괜히 더 공허해지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사람은 잠시 멈춘다.
아마 지금이 그런 지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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