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운도 재능도 의미 없다

by 김태광수

재능이라는 말은 대개 성공한 뒤에야 사후적으로 붙는 이름표다. 운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그것은 신의 축복이나 절묘한 타이밍 같은 근사한 외피를 두르고 나타나지만, 실상은 결과론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자기가 만든 피조물조차 감당하지 못해 특정 누군가에게만 눈길을 주는 지독한 편애주의자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그런 편리한 이야기들을 믿지 않는다.

성공담은 늘 재능과 운, 그리고 노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적절히 배열한다. 마치 인생이 정해진 답을 도출하는 정교한 공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직접 써 내려가는 이들은 안다. 쓰는 순간에는 그 어떤 단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이 끊긴다. 몸은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있는데, 정신은 속절없이 어딘가 먼 곳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한차례 쓰고 나면 무언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집중력인지, 정신력인지, 아니면 영혼의 파편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한 번 떠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재능도, 운도, 심지어 노력이란 말조차 믿지 않는다. 그저 쓸 뿐이다. 나 자신을 소멸시키며 몰입할 뿐이다. 굳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단 하나다. 이 거대한 세상이라는 체계 속에서 내가 빚어낸 작은 구상 하나가 세상의 설계도 틈바구니에 끼어드는 것. 그리하여 단 한 번만이라도 그 견고한 구조를 뒤집어 까보는 것.

그 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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