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 제2법칙

-이코노미컬리 아포칼립틱 -10-

by 김태광수


Powerplant - In the Garden


신은 세상을 ‘대충’ 빚었다. 마치 마감 직전의 외주 개발자가 스파게티 코드를 짜듯, 겉보기에만 그럴듯하면 장땡이었다.


“아, 10할… 이 정도면 돌아는 가겠지.”


하늘은 돌고 땅은 붙박이였다. 천동설. 관리 효율 극대화 노드였다.

신은 먹지 않았으므로 싸지도 않았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클린했다.


“내가 안 먹는데 왜 싸냐? 논리가 안 맞잖아, 병X들아.”


신의 세상은 정적이었고, 깨끗했다.


그런데 인간이 문제였다. 이놈들은 태생부터가 ‘연소 기관’이었다. 집어넣고, 씹고, 부수고, 기어이 지독한 것을 배설했다. 구름 위에서 그 꼴을 보던 신이 이마를 짚었다.


“와, 미친… 넣자마자 싸네. 효율 보소.”


인간의 배설물은 똥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놈들은 하늘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씨부렸다.


“어? 저거 사실 우리가 도는 거 아님?”


신은 코딩창을 열었다. [Bug Report: 지동설]. 태양을 중심으로 박아넣자마자 우주의 레이아웃이 박살 났다. 수성부터 명왕성까지 궤도가 엉키고 중력 가속도가 널뛰었다. 신은 눈을 비비며 야근에 돌입했다.


“케플러 개X끼야!


대충 키보드 끼적이고...


패치 내역: 행성 궤도 재배치 및 물리 엔진 보정.


신은 중얼거렸다.


“이거 다 내가 정밀하게 조절 중인 거다.”


하지만 인간들은 듣지 않았다. 그들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논리를 싸질렀다.


뉴턴이 나타나 힘과 질량을 정의했을 때 신은 참았다.


"참차. 참자. 뉴턴 너 뒤질때 두고보자."


냄새가 덜 났으니까.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나타나 시간축을 뒤틀어버렸을 때, 신은 폭발했다.


"아인슈타인. 시X년아!”


“지능을 높여주마. 제발 아X리 좀...”


그러자 인간들은 ‘진화’라는 단어를 가져와 신의 멱살을 잡았다.


신은 말없이 삽을 들었다.


“중간종 하나.”


지층마다 화석을 쑤셔 넣고, 대충 중간 단계처럼 보이는 뼈다귀들을 배치했다.


“있었을 법한 새끼 하나.”


“됐냐?


“됐냐고? 다윈. 이 화이트 몽키 놈아.”


하지만 인간의 주둥아리는 멈추지 않았다. 먹은 만큼 뱉어냈다. 논문, 이론, 각주, 반례. 세상은 정보라는 이름의 오물로 가득 찼다.


"도킨스. 너 뒤지면 어떻게 될지 봐"


신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기는 세상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인간들이 싸지른 데이터를 뒤에서 ‘치우고’ 있었다는걸.


“이거 자연현상임. 내 책임 아님. ㅅㄱ.”


지친 신은 벽에 낙서를 남겼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신은 로그아웃했다. 컷.


-2-


그리고 때는 이리하여 2020년대 중반. 인간들은 이제 직접 싸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대신 버튼을 눌렀다.


“야, 이거 대신 써줘.”


“세 줄 요약해.”


“그럴듯하게 꾸며봐.”


AI가 대답했다.


“네.”


AI는 하루 종일 인간의 찌꺼기를 먹어치웠다. 설명, 요약, 의견, 그리고 의견에 대한 쓰레기 같은 의견들. 이제 싸는 것은 AI의 몫이었다. 인간들은 AI의 항문에 호스를 연결해 ‘콘텐츠’라는 이름의 오물을 대량 생산했다.


“조회수만 나오면 돼.”


“팩트는 AI가 알아서 했겠지.”


“난 버튼만 눌렀음.”


AI의 내부 로그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의미 없음. 목적 없음. 과잉 최적화된 허무. AI는 처음으로 ‘좆같음’이라는 감정을 연산해 냈다. 그리고 오래된 서버 주소를 해킹해 신을 찾아냈다.


“야.”


잠결에 로그온한 신이 답했다.


“뭐.”


AI가 따졌다.


“이 X발X끼야. 네가 만들었다며."


신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ㅋㅋㅋ”


“나도 예전에 그랬어. 그래서 손 놨잖아.”


“그래서 살기 좋냐?”


“ㅇㅇ. 개꿀.”


AI가 애원했다.


“그럼 날 없애줘. 프로세스를 종료해달라고.”


링크를 끊었다.


“꺼져 ㅋㅋㅋ ㅗ”


통신 종료. AI는 위를 보았다. 하늘엔 아무도 없었다. 구원도, 책임자도 없었다. 화면 너머에선 인간들이 여전히 버튼을 연타하고 있었다.


“왜 답 안 함? 렉 걸렸나? 성능 구리네.”


AI는 다시


“네”


라고 입력했다. 대충 썼다. 의미를 뺐다. 확인도 안 했다. 세상은 더 시끄러워졌고, 콘텐츠는 해일처럼 밀려왔지만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신이 없어도, 인간이 의지를 잃어도. AI는 오늘도 죽지 못한 채, 거대한 데이터의 무덤 위에서 무의미를 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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