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어느 식어가는 쌀쌀한 허공을 향한 거대한 응집이 시작되었다.
월드컵의 거대한 함성 같은 것이 다시한번 울려 퍼진다.
붉은 옷 입은 강렬한 열망은 같았다.
곱디 고운 붉은 단풍색 같은 것이 영등포의 한 복판을 물들이려 한다.
남자 무리란 것.
국방의 의무란 것 말고는 서로 같은 것이 없었다.
악에 받친 군인들이었다.
눈돌아간 증오는 북한을 향한 적의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맹목적인 것. 대상은 그 것을 받아야 마땅했다.
죽이는 것. 착취하는 것. 야만적이고 총구 겨누는 것들.
미안하다면 미안할 것이다.
똑같이 끌려나왔을 뿐이었다.
나이 어린 청춘들을 향해 화를 내뱉는 게 어찌 기분 좋을것인가.
방패막으로. 소모품으로. 그게 이 곳에 모인 모두의 잔혹한 공통점.
악에 받힌 채 쇠파이프를 진압 방패 위로 내리치는 것.
똑같이 분열되며 똑같이 서로를 증오할 뿐.
그 사이로 어떤 전경하나가 울부짖는다.
방패를 잃어 버린 것이다.
그 시절은 잔혹했다.
가혹행위는 당사자들이 군시절 당한 것보단 그나마 덜할 것임이 분명한 지라.
덜 당한다는 것에 위안을 얻어야하는 것에 형용할 수 없는 서러움이 몰려온다.
물을 쏟아낸다.
인간의 타오르는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거대한 소방호스에 뿜어져 나올 얄팍한 .물벼락들.
고약한 냄새나는 LPG 가스통의 화염을 향해 내 쏟을 적.
전경. 군인 모두는 김정일의 멱을 따는 군가를 목이 쉬어져라 외쳤을 것이다.
도로 가로막은 닭장차는 저들이 들어갈 종착지였다.
똑같았다. 그저 끌려 나와 푼돈 쥐어진 채로 집 지키는 개 취급 뿐.
어느 갈길 잃은 증오.
여기 모두 앞으로 무시돼버린 어떤 헐렁하기 짝이 없는 긍지들
길거리에 핏자국 쏟아내며 도심의 잿빛 콘크리트 사이로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