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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Sep 05.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 (8)

(인도살이 2 - 역시 K푸드)


인도에 도착해 호텔에 머무르면서

한국 엄마는 매끼 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참 좋았다.


아침 겸 점심은 느지막이 호텔 조식을 먹고,

오후에는 호텔 라운지를 이용하면

하루종일 난 밥을 하지 않아도 됐다.

신났다.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조식이  깔끔하게 나온다.

빵 종류는 너무 많아서 놀라울 정도였고,

수박, 파인애플, 바나나, 파파야 등 과일도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호텔 조식에서 보는

오믈렛, 팬케이크, 와플, 소시지, 샐러드도 있고,

과일 주스나 커피도 종류가 많다.


인도 전통 음식 코너도 있다.

아직 치킨 카레와 난을 먹어본 게 전부이지만,

카레와 밥도 많다. 조식은 만족스러웠다.


저녁에 먹는 라운지 음식도 종류는 적지만,

다양한 디저트 음식과 치킨, 생선가스, 나초 등이 있고,

맥주나 와인도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조식과 라운지 음식을 먹고,  

삼시세끼 밥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호텔 생활이

너무 편하고 좋을 알았다.


내 기대가 착각으로 변한 시간은 고작 일주일.

물린다.

매일 똑같은 메뉴의 조식과 라운지 음식은

이내 지겨워졌다.

한국 음식이 그립고, 라면이 먹고 싶었다.


누구보다 하얀 쌀밥을 좋아하는 딸은

이미 호텔 음식을 거부하고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식재료를 사러 인도 현지 슈퍼마켓을 갔다.


호텔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 도랍지(Dorabjee's),

규모는 동네의 대형 마트 수준이었고,

한국의 마트처럼 다양한 물건들이 많았다.



깔끔하게 소분해 포장된 과일이나 냉동식품들,

인도 현지 제품도 많았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간식들도 다양했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더 재밌고 반가웠던 건

진열대 곳곳에 보이는 한글, 한국 제품, K-푸드였다.  

K-푸드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뉴스는 많이 봤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도의 작은 도시 푸네에도

한국 제품들이 많다는 게 놀라웠다.



라면은 종류별로 다양했고,

된장, 고추장, 떡볶이, 한국 과자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한국 음식이나 과자들,

여기에서도 사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고,

K-푸드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비싼 수준이지만,

그런 사실은 잠깐 잊기로 하고,

한국 음식으로 카트를 가득 채웠다.


호텔로 돌아와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역시 K-푸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맛있다니...


이후로 난, 다시 밥을 하는 엄마가 다.

아이가 학교에서 먹는 점심을 제외하고,

아침과 저녁은 꼬박꼬박 한식으로 밥을 한다.


부족한 재료와 양념, 더 부족한 요리 실력으로  

김밥, 잡채, 된장국, 미역국, 김치볶음밥, 부침개 등

한식으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여전히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한식을 더 많이 먹으면서

우린 인도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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