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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Nov 24. 2023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실패법

시간낭비하는 한 청년에게

필자가 어학원에 영어공부하던 시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었다. 평생의 한번 받을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통해서 캐나다에서 영어도 공부하고 일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고 이 땅으로 온 청년들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서일까? 그 젊은 친구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 짧은 1년이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었다. 이해한다. 처음으로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해방된 그 기분. 그 나이에 모아놓은 돈은 없었을 테니 당연히 돈 걱정 없이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지낼 텐데 뭔들 고민이 있겠는가.


한 청년이 있다. 그 청년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인데 언제나 자기 또래의 한국인들과 어울려 다녔다. 물론 정서적인 측면에서 한두 명의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느 정도 찬성한다. 하지만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한국인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 장담컨대 한국에 돌아갔을 때 다시 연락할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 어학원에 다니는 동안은 되도록이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이 좋다.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다. 어쨌든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피킹 연습하는데 도움이 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일수록 그 관계는 돈독해진다. 필자는 지금도 그때 만났던 브라질 출신의 친구와 가끔 연락을 한다. 그 친구는 다시 브라질로 돌아갔지만 같이 공부했던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에 서로를 지금까지도 응원한다.


또 이 청년은 나름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매번 도서관에 갔다. Vancouver Public Library는 꽤 유명한 명소이기에 가끔 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기 좋은 장소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듯이 왜 캐나다까지 와서 그렇게 열공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학원에서 주는 숙제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문법 과제일 것이다. 그런 숙제를 하기 위해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면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엄숙해야 하는 곳인데 어학연수 오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영어 말하기가 안돼서 오는 케이스일 텐데 머릿속으로 영어 공부를 한 들 스피킹이 늘겠는가? 누굴 탓하겠는가. 한국식 공부가 그런 것을. 숙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하루 동안 학원에서 배운 영어 한마디라도 써먹을 곳을 찾아 돌아다닌 것이 백번 낫다.


그렇다면, 이 청년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할까? 방 안에서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TV 채널을 유튜브로 시청한다. 즐겨보는 채널은 런닝맨. 인정한다. 한국 드라마, 한국 리얼리티 쇼. 너무 재미있다. 필자도 가끔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왜 굳이 캐나다까지 와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 사고들을 찾아봐야 하며(물론 알아보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왜 굳이 모든 환경을 한국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인가? 필자라면 캐나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뉴스를 찾아볼 것이고 영어 회화에 도움이 되는 유튜브를 찾아볼 것이며 더군다나 방에 처박혀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궁금해하고 돌아다녀 보고 사진도 찍고 나름 추억이 될 만한 일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이 청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업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며 어떻게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단순히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하면 영어 스피킹이 늘겠지? 하는 가장 어리석은 마음가짐으로 왔기 때문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영어가 아직 미숙하다면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운 한정적이다. 주로 한식당이나 한인 마트 쪽에서 일 자리를 구하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영어로 말할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과연 그럴까? 이건 본인 나름이다. 밴쿠버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다 자기네 나라 식당에서 일하지는 않는다. 영어는 못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도전하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 한인 마트에서 일을 했다. 물론 영어 쓸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캐쉬어 일을 하면서 캐나다 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일단 캐쉬어 경력이 있으면 다른 리테일 스토어에도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영어가 늘면서 바로 외국인들과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한국인 없는 리테일 스토어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일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 내가 원어민과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물론 단순 돈이 목적이라면 아무 식당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팁으로 버는 돈은 무시 못할 만큼 어마어마할 테니.


다시 그 청년으로 돌아가보자.

3개월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이제 뭘 할 것인가. 슬슬 일자리를 찾아봐야 한다. 사실 그전에 찾았어야 했다. 여러 군대로 이력서를 돌리고 면접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 계획 없던 그 청년은 캐나디안 스타일의 이력서 뭔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템플렛을 이용해서 이력서를 작성했다. 캐나다에서 이력서가 중요한 이유는 기본이 된 사람인지를 알 수는 척도로도 쓰인다. 유학생 신분으로 일자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준비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이방인을 고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학원을 졸업한 후에도 2달 동안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 청년은 2달 동안 아무것도, 심지어 영어공부도 하지 않고 그렇게 방 안에서 런닝맨을 보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필자는 비록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아닌 코업비자로 왔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매 순간순간이 나에게는 소중했기에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어학연수든 워홀이든 모두가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부디 캐나다 워홀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조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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