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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 Feb 07. 2024

Yoga-cation(yoga+ vacation)

휴가 즐기기

일주일 휴가를 신청했다. 휴가라고 하면 다들 여행을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쉬고 싶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모든 근심, 걱정을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요가이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개인적으로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운동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김에 자격증까지 따면서 요가강사로 몇 달간 일을 했었다. 물론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요가강사가 캐나다에서도 인기직업임을 알고 나서 캐나다 요가강사의 꿈도 꿨었다.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요가 스튜디오였다. 운동이라는 것이 하다가 안 하면 근육이 굳어버리기에 캐나다에 와서도 꾸준히 수련을 하고 요가강사로서의 길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 지. 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언어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요가강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언어의 장벽이 언제나 나를 좌절시켰다. 요가 수업과 영어 수업을 병행하기에는 Budget이 너무 부족했기에 당시로서는 영어공부에 더 힘을 쏟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요가 강사에 대한 꿈도 서서히 사라졌고, 그 유연했던 근육들도 점점 뻣뻣하게 되어버렸다. 간간히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먹고살기 바빠 언제나 운동은 뒷전으로 밀기 일쑤였다.


결정적으로 요가 수업을 다시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었다. 아는 지인분의 삶을 통해서였다. 그분은 영주권을 받기까지 수많은 우역곡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사우나도 하고 출근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식당 주방에서 일을 했었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그 바쁜 스케줄에도 새벽 운동은 꾸준히 했다고 한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운동까지 즐길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서 소월 해하지 않았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한 동안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가 마음속 깊이 갈망하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다가 그것이 바로 요가 운동이었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물론 요가 수업을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름 할 게 많다고 생각했기에.

그러다가 어차피 써야 하는 휴가기간이 있기에 이참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요가 수업 첫날. 운동을 안 한 지 꽤 오래됐기에 요가 강사 자격증이 있음에도 나의 몸은 초보자 수준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휘슬러여행을 가지전에 조금씩이라도 골반스트레칭을 시작해서 골반 근육은 나름 유연해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뻣뻣했다. 그걸 알기에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쉬운 수업을 선택해 시작했다.  

추운 겨울날에 스팀열기로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요가를 하는 이 기분이 정말 그리웠다. 마음껏 쭉쭉 뻗어가면서 근육을 늘리고 싶었지만 이미 굳어버린 근육들은 나에게 6일 동안 더 연습하라고 기회를 줬다.


요가 수업을 받는 동안 예전에 품었던 요가 강사에 꿈이 슬슬 피어올랐다. 물론 아직 그럴 수준도 안되고 의욕도 그때만큼은 없지만 꿈은 다시 꿔본다. 이번에 만난 요가 강사는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강사였는데 노련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얘기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요가강사의 이미지는 늘씬하고 예쁜 젊은 여성이라면 캐나다의 요가강사들은 외모, 체형,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요가 수강생들 마저도. 한국에서의 요가는 다이어트와 체형교정을 위한 것이라면 캐나다에서의 요가는 삶의 질과 건강에 더 초점을 맞춰져 있어서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수업을 받고 즐긴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도 같이 수업을 듣는데 그 유연함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누군가가 휴가동안 뭘 했냐고 물어보면 나의 휴가는 요가케이션(Yoga-cation)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일주일 동안 그동안 못했던 요가를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달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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