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6. 드디어 혼자 운전하다
Tuesday, June 3, 2025
6개월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남편 수술하는 날이다. 남편 고환에 물이 차는 요상한 병이 생겨서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작년 12월에 진료를 받고 수술날짜가 정해지면 연락준다는 것이 이리 6개월이나 걸렸다. 이런 오랜 기다림이 당연한 거라는게 함정. 캐나다 의료시스템은 공짜라는 이유빼고는 장점이란 1도 없는 그런 시스템이다. 맘 같아서는 한국에서 수술 받고 싶었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되버리니 그냥 참을 수 밖에. 다행인건 남편은 그동안 잘 버텨준거라 할까.
수술후 당일 퇴원이라 보호자가 필히 동행해야하고 운전을 대신해즐 사람이 꼭 와줘야했다. 동행하는건 당연히 내 몫이지만 운전이라…. well, 그동안 운전 연습한것이 아마 이때를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년 처음으로 휘슬러도 운전해서 가봤는데 이정도도 못하랴. 수술 날짜가 잡히자마자 구글맵을 열어 이동경로를 체크했다. 병원까지 가는 거는 남편이 운전해서 가지만 돌아올때는 내가 운전을 해야하니까.
체크인을 하고 간호사의 지침을 듣는데 퇴원할때 나에게 전화해서 차를 탈 수 있겠금 대기하고 있으라 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였다. 내 계획은 주차장까지 남편과 같이 가서 나오는거라 주차도 병원과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했다. 그말 즉슨, 난 병원앞까지 혼자 운전해서 올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때부터 남편 수술이 문제가 아니였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서 병원입구까지 와야하는 상황이라 온통 혼자 운전할 거라는 사실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예행연습을 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병원앞까지 차로 가는 루트를 직접 걸어가면서 마치 차로 운전하는 것처럼 머리 속으로 루트를 새겨넣다. 그렇게 몇번 머리속으로 그려가면서 연습하니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남편 픽업은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실제 수술 시간은 70분이라고 하는데 대기시간부터 마취회복시간까지 합쳐서 총6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난 쇼파에 앉아 낮잠도 자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고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남편을 픽업할 시간이다. 주차장에 가서 차를 몰고 나왔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이제 연습했던 길만 가면 되는데…. 옴마야… 뭔가 이상하다. 네비게이션이 이상하다. 전혀 쌩퉁맞은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난 이미 출발했고 주소변경이 불가한 상태였다. 설정 루트가 집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울기 직전이었다. 다시 돌아가야하는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야한다. 다행히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어서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길을 세워서 주소를 다시 맞쳤다. 심장 터지기 일보직전. 다행히 도로가 한산해서 유턴을 할 수 있었고 드디어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 정말 제대로 신고식을 했다. 혼자서 차를 몰아본적이 없었고 이번연도 목표였는데 일단 이룬셈아닌가.
남편을 무사히 픽업하고 UBC Hospital 에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신고식을 하고 나니 집에 가는 길은 수월하게까지 느껴졌다. 나도 이제 쓸만한 녀석이 된 느낌이라 할까? 예전에 남편이 한국갈 일이 생겨서 공항을 가야했는데 그때 데려다주지 못한게 아직도 마음에 걸렸다. 이제는 남편을 픽업할 수 있을 정도로 레벨업을 했다. 솔직히 100프로는 아니지만 이제 걸음마를 땠다.
아참, 남편 수술은 잘 된것 같다. 남편 말을 빌려서 말하자면 마치 포경수술한 느낌처럼 제대로 걷는게 아직은 힘든 다거.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잘 걸어다닌다. 역시 오늘 하루가 완벽할 것 같더라니. 수고했네. 둘다.
오늘의 픽:
혼자 운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