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0. 왜 신었을까?
Thursday, July 17, 2025
오늘의 패션. 정장바지와 통굽구두.
원래 출근할 때는 구두를 신지 않는다. 아무래도 warehouse에서 일하다 보면 안전화라던가 운동화를 신어야 하지만 우리 부서는 그다지 복장 제한이 없다. 그렇다고 회사정책에 어긋나게 입어서는 안 된다. 다만, 다른 부서에 비해 움직임이 적은 부서다 보니 그냥 편한 옷을 입으면 된다.
그러나 저러나 나이가 들면서 구두 신는 일이 적어졌다. 근데 오늘은 왠지 정장바지를 입고 싶었고 그에 맞는 구두를 신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있는 통굽구두를 신고 출근했다. 아무래도 정장바지가 약간 길다 보니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아서 찾다 보니 이 구두가 있길래 신고 출근해 보았다.
근데 나오자마자, 후회가 막심해졌다. 몇 발자국 걷자마자, '아, 이거 발 아프겠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서 갈아 신을 신발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그대로 출근해 버렸다.
계단을 오르는데 신발이 벗겨졌다. 안창이 미끌거리는 재질이고 신발도 약간 큰 감이 있어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벗겨지는 것이었다. 발가락 양말을 신고 왔는데 반을 벗어야지만 그 미끄러움이 덜해졌다. 걸을 때마다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다 보니 이제는 슬슬 엄지발가락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 움직이면 이건 버틸 수 있는 문제였다.
나름 꾸미고 출근했는데 걷는 모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절뚝거리는 것도 아니고 똑바로 걷는 것도 아니고... 모양 빠지는 중...
출근하자마자 박스테이프를 찾았다. 신발 안쪽 뒤꿈치 쪽에 붙여서 양말과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놓으니 벗겨지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은 것 같다. 하지만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은 이제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픽업 오는 날이다. 이대로 다시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는데 퇴근하고 픽업 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리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멋 내다가 얼어 죽는 말은 있어서 멋 내다가 발가락 부서지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역시 일할 땐 편한 옷이 최고다. 멋 내고 출근할 때마다 남편이 그리 못마땅하게 쳐다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보여지는직업이라 그런다고 받아치곤 했다. 오늘은 남편 말이 옳은 날이다.
구두 지옥 끝나기 1시간 전. 버티자.
오늘의 픽:
네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