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3. 82년생 김지영
Friday, August 29, 2025
얼마 전 유튜브에서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어서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한국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과 영화가 나오고 난 뒤, 페미니즘 논쟁을 비롯해 여러 사회적 갈등이 터져 나왔던 것도 떠올랐다.
사실 이 영화는 여성들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불평등한 현실을 담아낸 작품이다. 그래서 여성들에게는 공감이 컸고, 반대로 일부 남성들에게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단순히 여성의 피해를 호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시절 한국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85년생이라 영화 속 주인공 김지영과는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속 배경이 내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삼남매 구성이나, 언니와 남동생이 있는 가족 구조가 나와 똑같았다. 영화 속에서 남동생이 귀하게 대접받는 모습은 내 집안에서도 현실이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혜택과 보호, 우대를 받는 걸 어릴 적 내 눈으로 직접 보며 자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허구적 과장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라고 느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게 곧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히며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사실 영화는 단지 그 시대의 삶을 기록한 것인데 말이다.
나 역시 살면서 불평등을 많이 느꼈지만, 그 당시엔 사회가 쉽게 변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만을 품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며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런 환경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공부했고,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한국 사회에 대한 미움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다. 나는 결국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살고 있지만, 떠나기로 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뿌리 깊은 문화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언젠가는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적어도 우리 세대가 지나가면 그 변화는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한다.
결국 82년생 김지영은 나에게 “찬성”이나 “반대” 같은 입장을 정리하게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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