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4. 부부란 무엇인가
Saturday, August 30, 2025
요즘 나는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모든 것이 형식적이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허전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생활 자체가 의무처럼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내일은 당일치기로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사실은 그마저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기대보다는 피로와 무기력만이 앞서고, 그냥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특히 남편에게 화가 났다. 사실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 퇴근 후 늘 나를 픽업하러 오는 남편이 오늘은 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잠시 피곤해서 깜빡 잠들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누구든 피곤하면 잠들 수 있고,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겠다며 전화를 끊고, 그 뒤로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문자도 모두 무시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한 건 단순히 오늘의 일이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서운함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나는 늘 도시락을 싸주었지만, 남편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다. 요리를 준비해두었을 때조차, 후라이팬 뚜껑 하나 닫지 않은 채 두고 가는 사소한 무심함은 내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결국 도시락을 더 이상 싸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집에 있어도 남편은 늘 소파에 누워 유튜브만 보고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부부로서 함께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함께하는 순간마저 나 혼자 애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묻게 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부부 생활일까. 나 혼자 외롭고 지쳐 있는 것은 아닐까. 여행마저도 즐거움이 아닌 또 다른 의무로 다가오는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