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한다는 것은..

EP 364. D-1

by Sonya J

Saturday, November 8, 2025


어제 던진 주사위가 이제 진짜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Assistant General Manager와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 말은 굴러가야 했다. 어디에 멈추느냐에 따라 이 게임의 방향이 결정될 테니까.


그런데 오늘, 주사위는 다시 1을 불러왔다.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 것이다. 매니저 지원자가 또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하며 마치 본인이 매니저인 양 행동했다. 그 모습을 본 내 동료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다행히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결국 Assistant General Manager가 내가 보낸 이메일을 바탕으로 클리니션들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나는 이미 퇴근한 뒤라 현장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 건 따로 있었다. 그날 대화를 나눈 내 동료의 태도였다. 그는 분명 화가 났고, 감정이 북받칠 만도 한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아주 조리 있게 말을 이어갔다.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할 말은 또박또박 정확히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능력일까’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화가 나면 차분히 말하기보단 그냥 자리를 피하거나,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편이다. 말로 논리를 세워서 표현하기보다 속으로 삼켜버리는 쪽이다. 그런데 그 동료는 감정을 다스리며, 차분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그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때 깨달았다. 말을 잘한다는 건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논리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표현할 수 있는 힘이라는 걸.

그건 단순한 ‘말 기술’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는 거구나 싶었다.


나는 아직 그런 단계까지는 못 왔다. 한국어로도 어려운데 영어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책을 읽을 때도 단순히 읽는 데 집중하지 말고, 내용을 곱씹고, 내 생각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진짜 ‘생각하는 힘’이 쌓이고, 그게 결국 ‘말의 힘’으로 이어질 테니까.


결국 말을 잘한다는 건, 지혜롭게 사고하고 현명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그건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온 경험과 마음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걸 오늘 새삼 느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