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Hearing aid center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렇게 많은 시림들이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지를. 내가 일하는 코스트코에서 제일 안쪽에 센터가 있는데 작정하고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 칠 수 있는 위치임에도 청력 테스트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70세 이상의 고객들이고 나머지는 노이즈가 심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청력테스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트럭운전사나 건설현장 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코스트코에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특정 연령대의 고객들이 이 부서의 주 고객인 것이다. 아무래도 청력손실이 대부분인 고객들이 많다 보니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큰 소리로 시작은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나에게는 여간 불편했다. 왜냐면 내가 작정하고 큰 소리를 내면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이기 때문에 발란스를 맞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집중되는 시선 또한 엄청 부담스럽다. 사실, 청력손실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름 그들의 입장도 배려해야 되는 게 나의 소신이다. 막 멤버십부서에서 이동을 해 새로운 공간에서 그것도 부서 유일하게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는 나름의 혜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불량고객들로부터 받았던 스트레스를 보상받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부서 또한 나름 불량고객들로 인한 고충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불량고객이란 보청기 워런티(warranty)를 아주 교활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워런티 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멀쩡함에도 불구하고 교환을 요청하는가 하면, 6개월 안에 반품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한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환불을 받고 또 새로운 보청기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들이 내 기준에서의 불량고객이다. 이럴 경우는 적절한 판단하에 판매를 거절할 수 있다. 어차피 반품할 사람임을 인지했기에 바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코스트코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고객을 유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이런 상황을 최근에 겪게 되었다. 이 고객은 작년에 보청기를 구매를 했는데 몇 달 있다가 잃어버렸다면서 재주문을 신청했다. 2년 워런티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주문한 새 보청기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데 여러 번 no show를 한 것이다. 그 과정이 무련 1년 동안 지속되고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가 최근 이 고객이 헤드 오피스에 이메일을 보내서 우리 쪽 HAC가 연락을 안 준다며 컴플레인을 한 것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겠지만. 그러면서 제품에 대한 리펀을 요청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고객은 이미 환불기간인 6개월을 훨씬 넘겼고 거기다가 재 주문을 한 상태였다. 그 재주문을 한 물건에 대한 환불이다. 냄새가 나는가? 그 잃어버린 보청기가 정말로 잃어버렸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왜냐면 반품을 하려면 충전기까지 반품을 해야 하는데 없다고 우기는 상황이고 재주문되어 물건이 나왔으니 이제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 것이다. 이 고객은 이미 코스트코 멤버십까지 취소한 상태였다. 작정하고 다 환불받을 셈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결국은 환불은 해주었지만 영구재명되었다. 다시는 코스코에서 보청기를 살 수 없도록.
코스트코는 큰 회사지만 슈퍼 을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내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내 맘을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