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여행에서, 온전히 하루는 나의 시간으로 꽉 채우고 싶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차 한 대 댈 곳만 있으면 잠깐 멈춰 망중한을 하기도 하고, 차 시트를 뒤로 젖혀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바다 올레길을 걷고, 포구로 가 바닷바람을 맞고.
해안뷰가 있는 카페에 들어 파도소리와 함께 제주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겠다는 계획.
그리고, 잠시 두 귀는 이어폰에 양보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No. 2 in c minor, Op. 18 을 듣는 것.
서울의 오늘이었다면, 뜨거운 태양과 습도와의 환상 콜라보로 푹푹 찌는 더위 안에 있었겠지만
오전의 제주 여름, 지금은 바닷바람 살랑이는 곳에 있다. 손에 닿을 거리에서 파도가 일렁이고 있으며 그렇게 두어 시간을 바디프렌드 안마의자보다 훨 개운하게 두어시간을 머물다 왔다.
오늘의 계획들은 200% 이상 나를 충족시켰고, 과거 몇 번의 제주 여행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것도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런 행복은 기약 없이 내게 오지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