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애들 엄마가 나보다 더 힘들겠구나

by 정훈보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무려 2달 이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쓰신 생활통지표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보니 집에서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된 듯하다. 일란성쌍둥이이자 같은 반이었던 둘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첫째 아이는 그렇게 밝은 성격이 아니고, 둘째 아이는 조금은 밝은 성격인데 둘째 아이가 얼굴에 인상을 쓰면 나는 긴장을 하게 된다.


선생님도 그 점을 캐치하였다.

둘째의 그 밝은 텐션을 통지표에는 "적극적인 에너지로 교실에 새로운 활약을..."라고 표현하셨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럴지는 몰라도 둘째의 텐션이 높을 때 나는 오히려 긴장을 한다. 아이의 밝은 모습은 사랑스럽지만 둘째가 잘 토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둘째의 밝은 텐션이 낮아질 때까지 아무 말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는 둘째가 노래 부르면서 높아지는 텐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도,라는 키워드로 몇 날을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생활통지표에는 "독도의 역사적 지리적 중요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라고 기술되어 있다. 아이가 독도에 대해서 부모에게 많이 물어보길래 부모는 많은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 둘째는 한 키워드에 꽂히면 많이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요새는 아이가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궁금해해서 나는 고유명사나 명사의 어원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도 있지만 구전되어 있는 부분도 있어 그 단어가 왜 생겨났는지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아이에게 이야기하였다. 만약에 단어의 어원을 찾더라도 어원의 고대한국어를 알아야 하고 거기에 대한 음운규칙을 유추해야 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까지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명사는 왜 그렇게 생겨났는지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얼마 전에는 군대 내무생활에 관심이 많아서 나는 아이들에게 내무생활과 관련된 코미디를 보여 주었다. 둘째는 내 말을 듣고도 못들은척을 하더니 나에게 다가와서는 군대에서 쓰는 용어인 "잘 못들었습니다"라고 해서 나를 당황시킨 적도 있었다.


점심을 챙겨 먹여야 한다.


아이들이 편식을 거의 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겨울방학이 되면 아이들 점심까지 챙겨 먹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방학 중 주말 장을 볼 때면 평소보다 이것저것 많이 사게 된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기에 접어들어, 우리 네 가족이 패밀리 피자를 시켜도 내가 배부르게 먹지 못할 정도다. 이번에는 식재료를 열심히 퍼다 날라야 할 것 같다.


겨울방학 때 공부학원은 안 다닌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녔지만, 아이 엄마는 아이들의 선행학습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여 이번 겨울방학에는 운동을 시키자고 한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 단지 위주라 상가가 드문드문 있고, 근처 상가에 가려면 차로 이동을 할 정도로 거리가 멀다. 차로 등하원을 시키면 엄마의 시간 소모가 크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상가에 있는 운동 시설을 찾아보니 다행히 복싱장이 한 군데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복싱을 배우고 싶어 해서, 등록비가 꽤 비싼 편임에도 집에만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두 아들을 등록시켰다. 둘째는 미술학원도 다니고 싶어 하여 내일 등록하러 갈 예정이다.


나는 바쁘다.


내 업무의 단점 중 하나는 아이들의 방학 기간이 가장 바쁜 시기라는 점이다. 반기, 연결산과 맞물려 회계사들이 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영업적자가 확실시되어, 경영진이 적자 원인을 낱낱이 파헤칠 것으로 보여 일이 훨씬 많아질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동료 차장님의 퇴사로 기존 업무에 동료 차장님의 일부 업무까지 도맡게 되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매년 감사중점사항이 올라오는데 올해는 투자회사의 공정가치 평가 손상을 중점적으로 감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회사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 놓은 회사가 10여 개가 넘어 리스트도 많고 그보다 투자회사의 재무제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정가치 용역 의뢰한 곳에 자료 정리해서 주는 것만도 큰일이다. 이번 겨울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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