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척을 하다가

식염수가 코안에 오래 머물러 찡한 느낌은 어디서 느껴본 감정이었다.

by 정훈보

사업계획으로 피곤한 가운데 집에 들어왔더니


두찌는 자기 방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누워 있었다.


나는 두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우리 두찌 나이 때, 나는 작은 방에서 베갯잇을 적셔가며 혼자 많이 울곤 하였다.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여 나는 그때부터 부모님에게 마음을 닫게 되었다. 나는 혹시나 우리 두찌가 나에게 마음을 닫게 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고 나는 어릴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나도 그러지 못해 마음이 계속 쓰였다.


나는 요새 코세척에 빠졌다.


코세척을 할 때 식염수가 잘 들어가지 않아서 코세척을 하지 않다가, 코를 옆으로 두고 코세척을 했더니 그래도 식염수가 곧 잘 들어간다. 그런데 오늘 첫찌 코세척하고 남은 식염수에 내 식염수까지 넣고 코세척을 하다가 식염수는 코에 오래 머물러, 코에 찡한 느낌이 지속되어 있어 보니 어디서 많이 느껴본 익숙한 감정이 들었다.


어린 시절 하도 울어서 눈물이 코로 들어갈 때 찡한 느낌과 유사했다.


요새 슬퍼서 그런 건지, 진짜 코 안이 찡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코 안의 찡함은 옛날의 내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우리 두찌 나이정도 때까지 딱 울고 그 이후로는 거의 울지 않았다. 아버지 돌아가실 때 화장터에서 운 게 나의 울음일기의 마지막이다. 지금의 삶도 그 눈물 흘릴 때와 별 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멍 때리면서 연애프로그램 라이브를 봤는데 출연자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게 힐링 요소가 되었다.


나는 언제 저렇게 웃어 봤나?


밤늦게 동생에게 문자가 와서 보니 법원 문자이다. 별 일 아니었지만 이제는 법원이라는 이름만 봐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재산을 뺐은 상대방이 생각나서 공포가 느껴진다. 언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우리 두 아들의 감정을 잘 챙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일 두찌가 무사히 아침을 맞이하기를 바라면서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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