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을 활용하십시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쾅"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평화롭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몸이 흔들립니다.
교통사고가 난 것입니다.
교통사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때 일어납니다.
내가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을 때에 사고가 나면 그건 사고가 아니지요.
나와는 별 상관 없을 것 같은 교통사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저도 가만히 적색 신호에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 차가 와서 받아버리는 황당한 사고를 겪기도 하고,
집으로 가는 중 올림픽도로의 합류구간에서 갑자기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는 차와 부딪히기도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앙선을 넘은 택시에 부딪히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안전운전을 하려 하지만, 장풍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느닷없이 뒤에서 받아버리는 자동차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절대 상대방과 얼굴을 붉히지 않습니다. 특별히 언성을 높이지도 않습니다.
굳이 감정싸움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법으로 해결하면 되니까요.
제가 의료적인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무언가에 받혔을 때'와 '대비하고 있을 때'의 충격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3m 정도의 높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뛰어내리는 저이지만, 걷다가 계단이 있는지 모르고 발을 헛디디면 고작 30cm 도 안되는 계단 하나에서 추락하여 발을 접질리기도 합니다. 아마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3m 높이에서 추락하게 되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을 것 입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대인 접수를 거부할 때 입니다. 주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경미한 사고라고 생각될 때, 이런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그까이꺼, 뭐 별로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닌데, 그냥 우리 좋게좋게 해결합시다. 10만원 드릴게요."
글쎄요. 뒤에서 부딪힌 상대방 입장에서야 부딪힌다고 예측이 가능할테니 크게 부딪힌 것은 아니겠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부딪힌 것' 이기 때문에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내 몸은 아픈데, 상대방은 접수해주지 못하겠다고 하면... 이럴 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방 운전자와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선, 상대방 보험사를 통해서 '대인접수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만일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다면 그냥 알겠다고 끊으십시오.
(괜히 싸우면서 에너지 소모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십시오. 진단서를 발급을 받으시고, 치료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 때 건강보험 적용은 하시지 말고, 자비로 지불하셔야 합니다.
- 자동차사고로 인한 치료의 경우에도 건강보험으로 치료 받을 수는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에서는 는 자동차사고 피해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병원에서는 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받게 될 병원과 갈등을 일으킬 이유가 없고, 엄연히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병원에 복잡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할 이유는 없습니다.(어짜피 며칠 후에 다 돌려받을 돈입니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금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급여의 제한) ①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2.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단이나 요양기관의 요양에 관한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3.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55조에 따른 문서와 그 밖의 물건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질문 또는 진단을 기피한 경우
4.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ㆍ부상ㆍ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
물론, 그 전에 교통사고가 난 내역들은 객관적인 증거자료로 확보해두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분쟁상황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녹음을 합니다. 가해자와 사고 후 수습 과정을 녹음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 이제 가해자의 보험사에 대인접수를 해달라고 직접 청구하면 됩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험사에 '직접' 치료비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가 있습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0조(보험금등의 청구) ① 보험가입자등에게 제3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그 피해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회사등에게「상법」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등을 자기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은 진료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 보험가입자등은 보험회사등이 보험금등을 지급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보험회사등에게 보험금등의 보상한도에서 그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으면 경찰서로 가시면 됩니다. 사고가 난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에 찾아가시면 되는데요, 모르겠으면 110에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됩니다.(경찰 긴급신고는 112, 비긴급 민원처리는 110 입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경찰에 접수해야 하는데 어느 경찰서에 방문해야 하는지가 긴급신고가 아니라는건 당연하겠지요.)
아니면 아예 아무 경찰서에나 방문해도 그 경찰서에서 관련 내용 조사 후에 관할지역으로 보내주기도 합니다.(경찰서 교통조사계는 24시간 하기 때문에, 가까운 경찰서 교통조사계로 방문하시면 됩니다.)
경찰에 가서 블랙박스 영상과 진단서를 제출하고 사고 상황을 진술하면 경찰이 '교통사고 사실확인원' 이라는 서류를 발급해줍니다.
(차대차 사고의 경우에는 블랙박스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행자 사고의 경우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CCTV가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시고, 특히 보행 도중의 사고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관님이 출동해서 현장상황을 확인하시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찰서에 방문해서 정식으로 접수해야지만 사고접수가 되는 것이고 사고현장에 경찰관님이 출동하시는 것은 단지 경찰이 사고현장을 확인했다는 의미 밖에 없습니다.)
이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을 가지고 가해자의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하여서 사고 강제접수를 신청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늦어도 며칠 안에는 사고처리가 될 것이고, 편안하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단순 보험처리만 하는 사고인데, 가해자가 벌점과 과태료를 부담하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 중앙선 침범(역주행), 실선 차로변경,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등의 중대한 사안의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피할 수가 없습니다.
Q. 가해자가 보험사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A. 관련 상황을 경찰에 진술하시면 경찰이 직접 확인해줍니다.
Q. 가해자가 경미사고라고 그냥 현장을 이탈하였는데요...
A. 그런 분이 과연 있을까요? 그건 뺑소니인데요...
가벼운 접촉이라도 예측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났다면 몸이 아플 수가 있습니다. 경미한 접촉인데 무슨 병원에 가느냐고 적반하장으로 우기는 상대방과 시간 아깝게 굳이 얼굴을 붉힐 이유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절차대로 드라이하게 상대방의 보험사에 '직접청구권'을 행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