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공정한 보상제도란?

모두에게 공정한 보상제도는 존재하는가?

by 허경필

0. 모두에게 공정한 보상제도는 존재하는가?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성과급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요?"


HR 컨설팅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까다로운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과급을 개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지만, 경영진의 관점에서 성과급은 자원의 전략적 배분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부서에 재원을 집중하고 지원 부서의 비용을 통제하는 것은 비즈니스 전략의 차원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개인의 성과 지각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개인이 최선의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소속 부서가 비핵심으로 분류되어 보상에서 소외된다면, 그 전략은 조직 전체의 동기부여 체계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경영진의 전략적 의도가 현장에서는 보상 공식의 한계나 불공정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S사는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해온 금융기업이다. 최근 본부 부서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보상 불만은 바로 이 지점, 전략적 재원 배분과 개인의 성과 지각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서 시작되었다. 피플팀은 1,448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조직의 전략적 선택이 보상 체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그 기회비용은 무엇인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번 글은 정동일 외, 『데이터로 이해하는 HR 실무: R을 활용한 피플 애널리틱스』(박영사)에 수록된 예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작성하였다.


1. Compa-ratio: 보상의 대내외 공정성을 측정하는 잣대


보상의 적절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대내적 공정성(Internal Equity)과 대외적 공정성(External Equity)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대내적 공정성은 조직 내에서 직무의 가치에 따라 형평성 있게 보상이 이루어지는지를 의미하며, 대외적 공정성은 외부 노동 시장의 임금 수준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를 뜻한다.


이 두 가지 공정성을 동시에 측정하는 지표로 Compa-ratio(Comparative Ratio)가 있다. Compa-ratio는 직원의 현재 급여를 해당 직무에 정의된 임금 범위의 중간점(Midpoint)으로 나눈 수치다. 만약 조직이 임금 중간점을 시장 평균과 일치하도록 설계했다면, 이 지표는 내부의 형평성과 외부의 경쟁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나침반이 된다.


S사의 임금 분포를 보면 동일 직무 내에서도 소속 부서에 따라 Compa-ratio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같은 영업판매 직무라도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보라색)는 시장 평균 이상의 보상을 구가하는 반면, 지원 성격이 강한 경영 지원 부서(초록색)는 기준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다. 부서에 따라 지표가 0.8에서 1.5까지 벌어지는 것은 직무의 본질적 가치가 부서라는 이름 아래 왜곡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큰 문제는 대외적 공정성의 상실이다. 금융권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석 직무가 특정 부서 내에서 사내 중간값의 70% 수준인 0.7의 Compa-ratio를 기록하고 있다. 핵심 부서를 우대하려는 전략적 선택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전문 인재를 시장 가격 한참 미만으로 방치하는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대내적 차등에 매몰되어 대외적 경쟁력을 놓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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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귀분석을 통한 성과급 수령 확률 분석


성과급은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S사의 구성원은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비핵심부서에 속하면 성과급이 아예 없거나 매우 적게 수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실제로도 그러한지 살펴보았다.


아래는 성과급 수령 여부(1:수령/0:미수령)을 기준으로 어떤 변수가 성과급 수령 확률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표이다. 오즈비(Odds Ratio)를 보면 해석해보면, 영업부서는 기준부서인 경영부서에 비해 성과급 령 확률이 14.6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성과 평가 등급은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수령확률이 증가하는 폭은 1.85배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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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는 S사의 성과급이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부서의 전략적 중요도에 따른 이익 공유(Profit Sharing)의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경영진이 영업 부서를 핵심 엔진으로 정의하고 재원을 집중한 결과가 데이터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보상 결정 요인에서 개인의 노력이 부서라는 변수에 파묻힐 때, 비핵심 부서의 고성과자들은 대내적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3. 결론: 보상 거버넌스를 향한 세 가지 전략적 제언

S사의 분석 결과는 전략적 재원 배분이 직무 가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대내외 공정성의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솔루션을 제언한다.


첫째, 부서 성과 중심 보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상 믹스(Reward Mix)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조직은 현재의 집단-비누적식 보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성과 개인을 위한 스팟 인센티브 비중을 확대하여 대내적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완화해야 한다. 부서라는 울타리를 넘어 개인의 기여에 즉각 반응하는 보상 트랙을 병행 운영함으로써 전략적 집중과 개인의 동기부여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image.png [그림] 인센티브 매트릭스


둘째, 직무 정의 및 분류 체계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요구된다. 명칭만 같을 뿐 실제 업무 가치가 다른 직무들을 명확히 분리하여 적절한 급여 밴드를 재설정해야 한다. S사의 영업판매 직무가 경영 부서에 배치된 경우, 이는 실무상 영업 지원의 성격이 강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을 동일한 직무로 묶어 관리하기보다 영업판매와 영업지원으로 분리하여 각기 다른 시장가치를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회사의 컨설팅 사례에서 사업 전략 기획과 품질 보증 업무가 하나의 직무로 묶여 발생하는 보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 분류 체계를 세분화하여 평가와 보상의 정합성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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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직무 재평가 및 위계 분석을 통한 핵심 직무의 관리다. 금융업계에서 분석 직무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S사의 분석 직무는 시장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직무 분류를 마친 후에는 직무 간 위계 분석을 통해 핵심 직무를 가려내고, 해당 직무에는 부서 예산의 논리가 아닌 시장 가격의 논리를 적용하는 독립적 보상 관리가 수행되어야 한다.



결국 보상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선택이 구성원들에게 합리적으로 수용되도록 신뢰의 구조를 짜는 작업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지점을 인정하고 제도적 보정을 시작할 때, 조직의 전략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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