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누리에는 한 달에 한 번 모두 집에 가는 날이 있다. 가족 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다들 에너지가 충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날만큼은 시설 전체가 활기로 넘친다.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오늘 아침 재영씨(가명)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항암치료 중인 어머니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수화기 너머 재영씨 어머니 목소리는 힘들어 보였다. 평소 밝고 생기 넘치는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오늘 아들보러 못 가요."
연신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오늘 못 오신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어머니께 괜찮다고, 내가 잘 돌볼 테니 아들 걱정 미뤄두고 몸조리 잘하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머니가 안 오신다는 이야기를 재영씨에게 어떻게 전해야 하나 걱정되었다. 재영씨 실망 어린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아들만 따로 짜장면 사주고, 로봇 장난감도 사주고 비밀이라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장면이었다. 그 아버지처럼 나도 뭔가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재영씨, 우리 데이트할까요?"
재영씨 눈이 반짝였다. 무얼 먹고 싶은지 물으니, 단번에 "짬뽕!!" 이라고 외친다. 목소리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엄마가 아파서 못 오셔서 이번 주말은 나랑 둘이서 데이트하며 지내야 해요."
잠시 실망 눈빛이 스쳤다. 그 순간이 가장 마음 아팠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엄마 다음에 와요? 꼭 오는 거죠?" 묻는다.
엄마가 다음에는 꼭 온다는 대답을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 억지로 억지로 웃는다.
중국집 주방에서 매콤한 짬뽕과 달달한 탕수육이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빨간 국물을 보자 오는 내내 내게 보였던 실망 가득하던 눈빛을 거두고 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내 짜장면도 원하기에 절반을 뚝 떼어 주었다. 음식이 많은가 싶은데, 아니라고 말한다.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얼른 짬뽕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드라마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나도 이야기했다.
"이건 우리 둘만 비밀이에요. 내가 재영씨만 짬뽕도 사주고, 탕수육도 사줬으니 재영씨 이번 주는 나랑 주말 데이트하며 지내요. 쪼꼼만 속상해하고 잘 지낼 수 있죠?"
"네!!!"
짜장면이 가득 묻은 검댕이 얼굴로 해맑게 웃는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 어머니에게 전했다. 어머니가 안심된다고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오신다.
재영씨는 짜장면을 다 먹고 나면 다시 "엄마는 언제 와요?" 하며 백 번을 물을 테다. 그래도 오늘 우리의 짜장면 비밀데이트가 재영씨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