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심어 꽃밭을 키워냈다

by 송미


추운 날이 길었다. 봄을 많이 기다렸다. 사랑누리 마당 한쪽 편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드디어 화단에 초록 싹이 올랐다. 노란 튤립이 고개를 들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나온 줄기가 당당하다. 잠시 육아휴직을 떠난 B 직원이 해마다 알뿌리를 심었다. 지금은 아기를 돌보느라 바쁘겠지만, B의 손길이 닿았던 흙에는 여전히 봄이 피어오른다.




텃밭 모퉁이 수국은 올해 유난히 탐스럽다. 연보랏빛 꽃송이가 잎사귀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웃는다. 몇 해 전 A 직원이 마지막 출근날 심었는데, 이제는 어린이 키만큼 자랐다. A 직원은 암을 치료하러 떠났지만 꽃은 해마다 더 건강하게 피어난다.




시설 평가를 앞두고 3년 동안 쌓아온 자료를 살펴본다. 늦은 밤까지 서류와 씨름하다 보면 목이 뻣뻣해진다. 그럴 때면 대문 옆 작은 화단에 핀 꽃을 바라본다. 튤립은 해질녘 꽃잎을 살짝 오므리고, 수국은 저녁 이슬을 머금고 반짝인다. 올해 새로 심은 알륨은 더없이 화사하다. 꽃을 보고 있노라니 복잡했던 머리가 한순간에 맑아진다.




서류를 정리하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우리는 퇴근 후에도 남아서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이용자 한 분 한 분과 진심으로 마주했으며,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하며 서로 따뜻하게 다독였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모든 날이 지금 피어난 꽃처럼 소중했다. 수국꽃을 남겨준 A 선생님, 튤립을 키워낸 B 선생님, 그리고 오늘 함께 일하는 모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마음을 심어 사랑누리 꽃밭을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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