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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동자에 축복을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가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에서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데자뷰이다. 4강전에서 프랑스와의 패배 이후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짐짓 허물하는 체했지만, 그들이 이룬 성취는 축구 변방으로 치부되던 모로코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스포츠에서 언더독의 활약은 보는 이들에게 커다란 매력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의 선전을 보며 영화‘카사블랑카’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듯싶다. 1942년에 개봉된 흑백영화‘카사블랑카’는 동명의 지명으로 모로코의 경제수도이다.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항구도시이다. 가슴이 뭉글하도록 낭만적으로 그려낸 영화는 이후 전 세계인들의 로망이 되었다. “당신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와 함께, 이후 미국 가수 버티 히긴스에 의해 영화와 같은 제목의 곡이 발표되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최애 곡이기도 하다.


카사블랑카는 라틴어로‘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과거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서양을 항해하던 중 지금의 앙파힐 지역 언덕에 하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을 보고 카사블랑카로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해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사블랑카는 영화처럼, 노래처럼, 때론 몽유적으로, 때론 애절하게, 사하라 사막을 건너온 태양이 카사블랑카 하늘을 붉게 채색하면 대서양을 솜사탕처럼 에워싼 해무가 붉은 노을처럼 물든다. 카타르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투지와 근성으로 싸웠던 모로코 팀을 빨간색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던 관중들의 열기도 그랬다. 모로코 참 매력 있는 나라이다. 


우리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모로코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픔이 있다. 포르투갈은 15~18세기 3세기 동안 모로코의 일부 도시를 점령한 나라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1912~1956년 모로코를 분할 통치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는 공교롭게도 이들 세 나라와 잇따라 맞붙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승리를 거뒀지만 프랑스에는 졌다. 모로코 자국민들의 아쉬움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와 역사를 정치적으로 혼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모로코 내에서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지역이 낭만의 도시로 알려진 카사블랑카라니 영화 속 도시는 영화일 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화‘카사블랑카’는 제작 당시에는 전쟁을 독려하는 프로파간다 영화로 기획되었다 한다. 그러고 보니 영화 내내 레지스탕스 활동에 대한 대사가 있고 결말에 사랑하는 여자를 멋지게 포기하는 주인공의 행동도 개인의 사랑보다는 국가 차원의 전투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얼마 전, 모로코에서 결핵 환자 퇴치에 헌신해온 외과 의사 박세업씨를‘제34회 아산상’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재단에서 발표한 공적 내용을 보면, 박씨는 부산대 의과대학 2학년 때 우연히 아프리카 의료선교사를 통해 의료봉사의 꿈을 키워 일반외과를 전공했다. 개업 후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해 베트남,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의료봉사를 다니던 그는 2012년 국제 보건 의료 비영리 단체인‘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모로코로 건너갔다고 전해진다. 모로코 의료 서비스는, 전 세계 89위로 아직은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높은 의료비용은 물론, 오랜 검사시간, 불친절한 의료진 등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의료현실 속에서도 그는‘스마트 약상자'를 도입하고 결핵 관리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모로코의 결핵 완치율을 90%까지 높이는 등 지금껏 2만7천여 명의 결핵환자를 치료했다. 적도아프리카의 랑바레네에 병원을 개설한 알버트 슈바이처처럼 말이다. 일시적 봉사로 끝나지 않고 그는 올해 3월에는 모로코 현지 의사면허도 땄다. 같은 의사로서 그의 진정한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 8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영화로 재개봉한‘카사블랑카’를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 노래‘카사블랑카’를 들으면서 품었던 모로코에 대한 애정은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응원으로 그치지 않고 박세업의사의 헌신에 영화 속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건 낸 그 유명한 대사를 인용해 본다. 모로코의 열악한 의료현실에 봉사한 박세업의사, “당신의 눈동자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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