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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환의 건강 프레쉬] 환경포비아

살갑지 않은 ‘불청객’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을 지나 살포시 한반도를 고개 넘어서며 조용히 음습했고, 응당 거쳐야 할 숙련기간도 없이 그 서늘한 태도로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녔다.     



사람들은 생전 겪어보지 못한 생이별을 강요받기도 했고 자기 격리란 이름으로 불편함을 야기한 잠재적 보균자를 향한 처우를 감내하며 지쳐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교실 안에 진공 포장되었고 샘솟던 땀방울들은 운동장에서 증발되었다. 

어디 그 뿐이랴. 꽁꽁 동면의 상태로 접어든 청년들의 일자리는 고용빙하기의 엄혹함으로 다가섰고 유독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사회 거리의 가게들은 짙은 어둠 속에 간판의 불빛마저 사그라져 갔다. 모두가 고달프고 눈물겨운 전염병의 보릿고개를 꾸역꾸역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전 녹색평론 발행인 고(故) 김종철 교수는 코로나가 득세하던 지난 6월, 세상을 등지셨다. 자연 생태를 훼손하는 모진 세상을 보며 긴 세월 마음이 상해 쇠약한 상태로 버티고 계시다는 소식은 종종 접했으나, 그의 느닷없는 부음 소식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황망한 근간에 속절없다는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자연 세계와 인간관계에 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해온 녹색주의자 김종철의 유고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은 더더욱 아프게 다시금 읽혔다.      



그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창궐하는 것은 바이러스만이 아닌 것 같다. 경박한 언술, 사이비 예언도 창궐하고 있다”는 서슬 퍼런 진단을 내리고 우리 곁을 떠났다. 김수영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제정신을 갖고 산 사람'이었다. 그리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이었다. 그 정신은 생태의 복원이었고 자연친화적 인간의 면역력 강화였다. 전염병은 인체만 망가뜨리지 않았다. 타자에 대한 혐오적 경계와 공동체의 침몰을 목도했다. 모두가 잘 살길 바라는 개발지상주의는 모두가 패배하는 환경침탈을 야기했고 급기야 듣도 보도 못한 감염병을 잉태했다. 이를 공포스러운 ‘환경포비아’라고 칭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와 환경은 이미 오염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고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등은 극에 달해 있다. 코로나19처럼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 사회 전반을 격하게 흔들어 대고 있지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교통량이 감소되고, 공장가동률을 줄이면서 미세먼지는 급감했다.

또한 생산과 소비가 위축으로 폐기물 배출이 많이 줄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감기 환자도 많이 줄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다.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야 할 인류의 삶에 대한 방향 제시이다. 인간이 멈추자 지구가 건강해진 것이다.      



우리는 늦었지만 온당한 자각을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성찰하게 된 것이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건강한 토양이 최대의 면역이다. 몹쓸 전염병으로 다시 확인 되었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보다 환경 위기에 취약하다.

청정자연은 인류생존의 기본조건이다. 그러하기에 정치적 투쟁보다도 훨씬 더 근원적인 투쟁은 생명과 인간성을 수호하기 위한 생태복원의 투쟁이다.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가치이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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