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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스카 May 05. 2022

5도2촌, 세컨하우스에서 재택근무하기

딱 한 번이라 더 감질맛 나는 세컨하우스 재택근무

딱 한 번의 경험이지만, 강릉집에서 재택근무를 해봤다. 목요일 저녁 퇴근 후, 강릉집에 도착해 금요일 근무를 강릉에서 했다. 목요일 저녁엔 고속도로에 차도 없었다. 인터넷이 되고 노트북 하나가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 덕분에 이런 세상이 더 빨리 더 넓게 확산되었다. 마지막까지도 버틸 것 같은 이 회사에서도 재택근무 환경을 마련해야 했으니 말이다. 시스템이 엄청나게 느리고 가끔씩 먹통이 되긴 했지만, 클라우드 환경을 구현하긴 했다. 가끔씩 재택근무하던 팀원들이 자료가 날아갔다고 하고, 접속이 안되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그날까지 재택근무 기능을 제공하기는 하였다.

재택 근무.. 다들 하의는 잠옷 입고 하시죠?

강릉에서 재택근무를 했던 그날은 금요일. 아침엔 바닷가 산책 5km를 하고 한껏 의욕을 올려놓았고, 하필이면 오전, 오후 화상 콜이 1건씩 있는 하루라 평소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했다. 여유가 있었으면 근처 식당에 걸어가서 점심도 먹고 바다 구경도 했을 텐데, 꼭 이런 날은 평소보다 바빠서 컴퓨터 앞에 계속 붙어 있어야 했다. 점심은 주문진의 생선구이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고, 점심을 후딱 먹고 다시 일을 했다. 퇴근하고는 바로 강릉 시내로 달려 나가 와인이랑 바게트, 햄을 사서 들어와 저녁을 먹었다.


주문진 생선구이로 점심을 버드나무의 바게트와 햄으로 저녁을


상시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그 이후도 강릉집을 평일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코로나가 끝나가며 다시 정상 근무로 돌아가고 있어 강릉에서 재택근무는 지난번 한 번의 경험으로 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강릉 재택근무 기록도 이게 마지막 일 것 같다.


(혹시 내가 재택근무를 마구 장려하는 회사에 다니게 된다면 몰라도)


새벽에 해변 산책 후, 아침 근무를 시작하고, 점심엔 해변에 앉아 커피에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오후 근무를 하고 퇴근을 해서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한 번 하는 그런 강릉의 재택근무는 상상만 해봐도 기분이 좋다. 딱 한 번이었지만, 중간중간 베란다에 나가서 바다를 보고 오던 경험이 참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강릉에서 재택근무를 다시 노려보려고 한다. 재택근무하기 좋은 환경의 회사라면, 5도2촌이 아니라 2도5촌도 가능할 것 같다.




5도2촌을 시작할 때 그랬지만, 나는 지금 일을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나의 커리어는 커리어대로 잘 이어나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부캐'를 만들고 싶었다. 첫 번째 글에 썼듯이 나는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5도2촌은 아주 멀리 떠나거나, 그만두거나, 드라마틱한 결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숨 막힐 듯 빡빡한 2호선을 벗어나서 바다를 보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한 것이 맞다. 딱 한 번이라 참 감질맛이 난다는 점만 빼고는.


강릉에서는 '부캐'인 작가 지망생, 글 쓰는 사람으로 살려고 한다. 아직 그 전환이 아주 스무스하진 않다. 직장인이라는 역할을 지금껏 10년 넘게 해왔으니 또 다른 자아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주말이라고 회사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5일의 도시 생활은 뼛속 깊숙하게 박혀 있기도 하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이렇게 쭉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겠지. 회사 밖에 남지 않은 그런 인생으로. 그래서 주말엔 조금씩 직장인 냄새를 빼보려고 한다. 털어내 보려고 한다. 공간 속에서 글감을 찾는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 보려고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쉼스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것도 다 그런 이유다. 5도 2촌을 하며 새로운 공간에선 제대로 새로운 캐릭터로 해보자는 것.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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