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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초소형 다구를 찾아서

더 작아야 한다구요?

by 혜림

중국식 다구들은 대부분 차를 우리는 도구가(개완, 차호) 120-150ml 정도 용량이고, 찻잔은… 대중없다. 35ml짜리부터 거의 100ml짜리 주인배까지 있다.


처음에는 이것도 너무 작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에 내가 마시는 차 같이 마시자 할 때 사람들이 제일 불호였던 요소는 이런 사이즈의 다구로 차를 마신다니 감질난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양식 차보다 동양식 차는 주변에 영업(?)하기가 제법 어려웠고, 결국 늘 혼자 차를 마시는 생활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다만 그 차 우리는 도구가 작아 보여도, 실제로는 짧게 여러 번 우려마시기 때문에 150ml x 4 정도로 서양식 티팟 500ml보다 더 마시게 된다. 또 좋은 차일 수록 내포성(여러 번 우려도 맛있음)을 강조하고 비싸기 때문에 본전을 생각하며 물배를 늘려오곤 했다.


그러나 점점 내 위장은 한계에 이르게 되어 결국은 1인용 다구를 찾게 되었다. 밤에 자꾸 잠을 못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속쓰림 증상을 겪었기 때문이다. 혼자 마시는데 공도배도 사치다. 이렇게저렇게 마셔본 끝에, 40-60ml 사이즈에 찻잎 1-2g 정도를 넣으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에 개완보다 잔이 조금 더 크긴 해야겠더라. 뜨거운 잔을 잡고 마셔야 하니까.

올해 차문화대전에서 산 돈목요 50ml 개완.
150ml 차호와
50ml 개완을 같은 차판에 비교해보았다.
40ml 주전자는 정말 작다.
쪼매난 60ml 자사호는 아직 개시 못함.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타오바오를 열심히 뒤져보았으나(单人茶壶 1인 찻주전자 같은 키워드로 찾아볼 수 있다) 대륙 사람들은 아직 혼자서는 차를 안 마시는 모양이다. 그나마 차오저우 사람들이 작은 다구에 우려 작은 잔에 나누어마시기 때문에 차오저우식 다구를 사면 한국인은 한 번에 먹는 양이 나올 수 있었다.

요런 식으로 먹는 게 차오저우 스타일이라고 한다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기형을 고르는 데 다소 한계가 있는데(대신 가격은 싸다) 타이완은 확실히 개인화된 문화인지 차문화대전의 돈목요 부스에서 작은 개완을 살 수 있었다. 개완이 작아서 못쥘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사이즈 대비 날개가 넓고 뚜껑이 커서 무리는 없었다. 개완은 역시 사이즈보다는 기형의 문제인 듯 하다.


보통 40ml보다 작은 건 실사용보다는 장식용이나 어린이용 다구세트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찻자리 장식용이나 마작할 때 만지는 용도의 찻주전자 모양 장식품을 파파호把把壶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귀여워서 하나 사고 싶었지만 관리를 잘 못하고 처박아둘까 참아 두었다.

그렇게 요즘도 휘뚜루마뚜루 차를 마시는 생활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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