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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Jun 16. 2021

여행지에서 차 마시기

실용적인 쾌객배, 여행지의 운치, 차의 맛과 향의 조합

차를 마시는 건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제법 번거로운 일이다. 안그래도 여행짐을 싸는 게 번거로운 판에 깨지기 쉬운 그릇을 들고 다니며 차를 마신다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차는 한국에서 아직 비주류문화인지라, 수도권에 있는 집에서 멀어질 수록 커피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려웠다. 집에서 멀리 나와서 배탈이 날 수는 없으니, 처음에는 티백 두세개를 싸가지고 다니곤 했다. 그러나 곧 이렇게 바리바리 풀세트를 싸들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 가지고 나온 풀 세트. 소분 은박봉투, 티백 몇 개, 여행용 쾌객배 세트, TDS 측정기. 지하수를 쓰기 때문에 수치가 140 가까워서 삼다수를 사서 마셨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까지는 못 가도, 여행지의 좋은 풍경과 차의 맛과 향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꽤 좋다. 집에서처럼 정교하게 우리는 법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바깥에 나온 기분이 어느 정도 맛을 커버해 준다.

숙소의 밥공기를 퇴수기로 사용하였다.

일롱의 여행용 쾌객배는 4-5년 전 미래의 나 자신이 굳이 여행에 깨지기 쉬운 도자기 제품을 가지고 다니며 차를 마시는 인간이 될 줄 모른 채, 차 마시는 도구가 복잡한 자체를 번거롭게 여겨 집에서 간단하게 마셔보겠다고 구입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행용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들고다닐 수 있는 전용 파우치와 잔끼리 겹쳐넣을 때 약간의 쿠션 역할을 해줄 수도 있는 티 코스터가 들어가 있다. 찻잔이 쾌객배의 뚜껑 역할을 하면서 뜨거운 물 없이도 다구를 덥힐 수 있는 실용적인 구조이다.

쾌객배란 개완과 차호의 중간 형태의 찻주전자로, 손이 덜 뜨거우면서 차호보다는 좀 더 세척이 쉽고 우려진 찻물도 빨리 따라낼 수 있는 형태로 고안되었다. 이 형태의 찻주전자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만, 친구는 이런 형태의 일본 주전자를 사용하며 개완과 차호의 단점만 모아놓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양쪽에 있는 나무 손잡이를 잡고 찻물을 따라내야 하는데, 오히려 개완에 꽤 익숙해진 지금 기준으로는 차라리 개완 날개가 덜 뜨겁다.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포장해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건 여행 짐을 싸는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늘 잔과 쾌객배가 너무 뜨거워 사용이 좀 힘들었지만, 이 제품을 산 지 5년이 넘어서야 찻잔과 쾌객배 아래에 티 코스터를 깔아놓고 그걸 싸쥐는 형태로 들어서 차를 마시거나 찻물을 따라내면 덜 뜨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타이완 사람들의 실용성 추구는 대단하다.

실제로는 손이 작아서 두 손으로 잡는다

나보다 덜 게으른 사람들은 여행용 다구를 제법 풀세트로 싸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캠핑 중 탁자를 깔아놓고 야외에서 차를 마시는 운치를 즐기기도 한다. 사실 나같이 굳이 그렇게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차 자체보다 그런 걸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에서 물을 계속 끓이는 것 자체가 너무 귀찮을 것 같아 게으름뱅이로서는 차마 시도해보고 싶지도 않다.


타오바오에서도 여행용 차 우리는 도구 旅行泡茶器 로 검색하면 내가 구매한 대만의 일롱 제품을 포함하여 상당히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내가 쓰는 것과 비슷하게 쾌객배를 기준으로 한 간이 도구이지만, 제법 거창한 구성을 한 제품들도 있다.

 

일롱 여행용 쾌객배 세트 - 宜龙创意简约旅行便携陶瓷功夫茶具快客杯一壶一杯二杯泡茶器

https://m.tb.cn/h.4EWTQas?sm=b93e6c

이보다 구성품 갯수가 많아지더라도, 부피를 작게 해서 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담을 수 있는 전용 가방이나 케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차마시는 데 너무 진심인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무겁고 번거로운 세트를 들고다니기도 하는 모양이다.(그러니까 이런 걸 팔겠지?) 거의 한국사람들 고기 구워먹는 열정 뺨치는 그 무엇이다.

한편 집에 있는 개완/차호와 찻잔을 굳이 싸들고 다니겠다는 파도 제법 있는지 뚜껑을 보호하는 덮개와 개완을 담을 수 있는 가방도 따로 팔고 있다. 나같은 쫄보 게으름뱅이는 굳이 들고다니다 깨질까 절대 집 바깥으로 다기를 들고 나온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기본적으로 집 밖에 나와서는 티백파이다. 특히 제약조건이 많은 여행 상황에서는 문명의 이기가 반갑다. 한국의 숙소들은 커피 없음 못 사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들은 제법 갖추어 놓았으니 차를 마시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여행에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편이다. 숙소의 전자렌지를 활용해서 밀크티도 만들어마셨다.
좋은 풍경을 보면서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지의 조금은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조금 손이 많이 가는 차, 자연 풍경의 조합. 울적하거나 삶에 부침이 올 때,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늘 마음 속에 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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