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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Sep 19. 2022

초보식집사에게 도움을 주는 원예도구들

결국 덕질은 장비빨이다

이것저것 파고드는 연식이 길어질 수록 장비와 기록에 많이 기대게 된다. 점점 나의 기억과 감, 손재주를 믿지 않게 되어서일까? 식물 또한 그렇게 되어 식물값보다 장비값이 더 나가는 데 이르렀다. 찻잔이나 책이 와아! 하고 한꺼번에 질러지는 것이라면, 원예도구 및 부자재는 5백원 천원 썼는데 한 시즌 지나면 값나가는 다구세트 두어 개값쯤 되며, 소모품이 대부분이라 한국인 안의 가성비충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대충 모든 원예도구는 다이소에서 사도 되는 것과 그보다 좀 투자해서 사면 좋은 것으로 나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용도별로 도움받은 제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차나 향 또한 마찬가지지만 광고료는 일절 받지 않았으며 전부 내돈내산이다)


물주기

타카기 호스릴 & 롱노즐

베란다가 있고 화분 10개 넘는 사람이면 가드닝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베란다 수도꼭지에 연결해서 물을 쫙쫙주면 큰 화분이나 많은 화분에 물주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식물에 물을 줄 때마다 잎에 물샤워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병해충 예방에도 좋다.

다만 설치가 처음에 좀 힘들었는데 한국 수도꼭지에 맞는 사이즈라며 연결부가 처음에 잘 안 들어간다. 결국 반려인의 힘을 빌려 밀어넣긴 했다. 수도꼭지를 열어놓은 상태라도 샤워기에 있는 레버로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다. 그게 너무 편리한 나머지 한두달쯤 수도꼭지를 열고 썼더니 수압 때문에 한 번 터졌다. 그 뒤로 쓰고 나서는 수도꼭지를 확인해서 잠그게 되었다. 두 번째 터졌을 때쯤 연결부를 젖먹던 힘을 다해 밀어넣었더니 팍 하는 소리가 났다. 팍 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밀어넣은 다음 나사를 잠가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호스릴에 달려있는 기본 샤워기도 꽤 훌륭하지만 얇고 여리여리한 잎의 식물을 많이 기르고 있어 조금 더 물 나오는 부위가 좁고 섬세한 물줄기 조절이 가능한 롱노즐을 따로 구매해 조립했다.


타카기 오로라 컴팩트 호스릴 10M https://smartstore.naver.com/takagi/products/6597960122

타카기 롱 노즐 QG136 https://smartstore.naver.com/takagi/products/2106150192  


남영 물조리개

큰 화분이 있고 허리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 화분 갯수에 비해 빠르게 호스릴을 구매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물조리개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단 겨울에는 베란다 수도를 사용할 수 없지만(식물들도 너무 찬물을 먹으면 속에 병이 난단다.) 겨울의 방법은 겨울의 내가 찾겠지 대충 생각해 본다. 현재는 액체비료를 섞은 물을 주는 데 사용하고 있다.

투명해서 남은 물의 양을 쉽게 알 수 있고, 1리터의 무게가 들기에 적당하며(대신 화분이 여러개라면 여러 번 물을 넣으러 왔다갔다해야 한다), 주둥이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어 섬세한 물줄기로 흙이 패이지 않게 졸졸졸 약하게 붓는 이상적인 관수가 가능하다. 쇼핑몰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가격은 만 원 이하로 가격도 훌륭한 편. 이것의 저렴이판으로 다이소에서 파는 삼천 원짜리 물조리개도 있는데, 동일한 구조이되 주둥이에 작은 구멍들이 뚫린 마개가 없어서, 물줄기가 아주 가늘지 않아도 괜찮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남영 물조리개 https://smartstore.naver.com/my-plant/products/3202627130


전동 분무기

공중습도가 낮아지는 계절에 습도를 높이기 위해서, 또는 잎에 분무해 비료를 주기 위해서(엽면시비), 온갖 약을 뿌리기 위해서… 화분 몇 개쯤 있어도 생각보다 분무할 일이 꽤 있다. 그래서 분무기도 여러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다이소 안개분무기는 저렴한 점은 좋았지만 비오킬을 보름쯤 넣어 쓰자 고장이 나버렸다. 응애x깍지벌레 콤보 이후로 농약을 뿌리는 데 쓰게 된 압축 분무기는 한 스무 번쯤 누르면 손가락 관절이 너덜너덜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국 내 몸 편하자고 전동 분무기를 사고 마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만 오천원~4만원쯤 사니 적당한 걸 고르면 될 것 같다. 내가 산 건 샤오미 분무기라고 해서 별 생각없이 산 제품인데 Lydsto라는 브랜드가 찍혀있었고, 중국에서는 싼 제품이라 좀 배가 아팠지만 사용하기에는 정말 쾌적하고, 더 이상 손가락이 아프지 않으니 식물생활의 질이 확 올라갔다. 아주 작은 식물들은 물조리개 대신 이걸로 물을 줘도 괜찮았다. usb c타입 충전도 편리하다. 대신 고장나면 큰일이라 웬만하면 여기엔 맹물만 넣어쓰고, 농약이나 비료는 일반 분무기/압축 분무기 등을 사용하고 있다.


Lydsto 전동분무기 https://search.shopping.naver.com/catalog/29171157248?cat_id=50003372


분갈이

분갈이 매트

나는 뭐든지 잘 흘리는 사람이라 분갈이 후 뒷처리가 무척 난감했다. 처음에는 신문지를 깔고 했는데 젖고 찢어지고 흙도 새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분갈이 매트를 도입해 그 안에서만 분갈이를 한 뒤 매트를 접어 별도의 큰 봉지에 흙을 처리하고 신문지로 매트를 닦은 뒤, 나머지 자리를 청소기로 밀고 닦은 뒤에야 분갈이 후 뒷처리에 너무 많은 힘을 쓰지 않게 되었다.


분갈이 매트 https://smartstore.naver.com/my-plant/products/5123165951 (잘 흘려서 큰 사이즈로 샀음)

모종삽

흙을 섞고 화분에 퍼담는데 써야 하는 준필수 도구이다. 초보의 경우 생각보다 작은 것을 쓰게 되므로 플라스틱으로 된 소형 제품(다이소 구매)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나중에 너무 작은 화분에 심을 경우엔 손으로 그냥 슥슥 퍼담게 되기도 한다.

원예쇼핑몰에서 산 쇼벨 모종삽(대) 3천원. 다이소에서 산 모종삽(소) 2개 천원. 후자를 더 많이 쓰게 된다.


가지치기 및 수형잡기

세지가위

원래는 타오바오 모 가게에서 포샵사기.. 당해 산 차 봉지 자르는 가위로 가지나 잎을 자르고 있었는데, 굵고 자르면 하얀 고무액이 나오는 벵갈고무나무의 큰 가지를 자르게 되면서 가지를 자르는 용도의 가위를 별도로 구매했다. 산 이유는 그냥 국산이 아닌 것 중 제일 저렴하고 깔끔해보여서였는데 튼튼하고 날카로워 쓰기 괜찮다.


간코 KG-4 세지가위 https://smartstore.naver.com/my-plant/products/4836608333

식물 지지대 (다이소)

식물 지지대의 경우 다이소 제품을 사서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편했다. 다양한 굵기와 재질의 제품을 소량으로 딱 천원에 파는 점이 좋다.


원예철사/분재철사

다이소에서 플라스틱/철사 및 원형까지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지지대를 팔고 있지만, 덩굴식물이 한바퀴 돌 수 있게 리스를 만들어주거나 식물에 딱 맞는 원형 지지대를 만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잘 구부러지는 분재철사를 쓰는 게 편하다. 나는 앙재에서 4천원주고 샀고, 쓰고 싶은 단위에 맞추어 사면 될 것 같기도... 의외로 다이소에서도 팔고 있다.

분재철사로 반딧불 아이비에 리스를 감아주었다.

분재철사 1kg https://smartstore.naver.com/my-plant/products/4984177051 (이면 평생 쓸것같은 느낌이지만;)


통풍

에어 서큘레이터 & 미니 선풍기

베란다 문을 활짝.. 까지는 아니라도 1/3정도 두 군데 열어놓으면 통풍이 되는 것인 줄 알았었다. 피의 해충 방역을 거치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조사해 보니, 식물들은 살랑살랑 바람이 스치며 공기 전체가 순환되어야 그것이 통풍이라고 인지된다고... 자연 상태를 생각하면 그게 맞겠지만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인간은 놀라게 된다. 내 경우엔 집에 서큘레이터와 미니 선풍기(손풍기)를 몇 개 가지고 있어서 놀고 있던 친구들을 풀가동시키고 있다. 그냥 선풍기도 상관없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집에 있는 걸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전기배선 및 플러그

멀티탭정리함 (다이소)

해충 및 장마에 된통 당하고 나니 통풍시킨다고 서큘레이터니 미니선풍기 돌려, 가습한다고 가습기 돌려, 빛 쏘여준다고 식물등 돌려... 엄청나게 많은 전기기구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실내식물은 빛, 바람과 같은 자연조건과 함께... 전기로 키우는 것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온갖 전기코드가 왔다갔다하니 물을 많이 쓰거나 비가 들이치기도 하는 베란다에서는 안전상의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상황보다 전기 코드 정리에 신경을 좀 쓰게 되었다. 다이소 멀티탭 정리함이 3천원인데, 의외로 공간이 넓어서 쓸만했다. 내부는 32x10x11cm, 외부는 34x15.4x14cm로 5구 멀티탭도 대각선으로 넣으면 그럭저럭 쓸만하다. (그러나 뚜껑은 닫지 못했다...) 아마 월동으로 내부에 들여 식물등이 늘어나면 정리함도 하나 더 장만해야 할 것 같다.

5구 멀티탭과 전선, 아답터 등이 다소 비좁게 들어가 있지만 겨우 정리는 되는 느낌.


스마트플러그

이건 내가 선택한 건 아니고, IT 기기 오딱후인 반려인이 이미 다른 기기에 사용하고 있고 하나 남는 분량을 식물등에 가져오게 됐다. 와이파이를 공유해 앱 연동을 하면, 플러그가 꽂혀있는 전자 기기들의 전력 사용량 정보를 보거나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다. 연결이 복잡하고 앱도 인터페이스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완전 좋다기엔 다소 애매하지만 식물등을 해뜨고 지는 데 맞춰 자동으로 켜고 끄는 데 사용하고 있다.


AI 스마트플러그 16A https://pmshop.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59


화분 이동받침 (다이소)

서큘레이터나 가습기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쓰다보니 바퀴가 있는 이동받침을 사용하는 게 편리했다. 원예용품점에서 사려고 해봤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다이소에 갔더니 전부 다 3천원이라 마음놓고 사이즈에 맞는 것을 살 수 있었다. 조금 작은 철제로 된 제품은 서큘레이터에 맞고, 나무로 된 제품은 가습기와 사이즈가 잘 맞아서 잘 쓰고 있다.

다이소 화분받침에 올라타있는 서큘레이터와 가습기.

그 외 필수품

온습도계

우리집 온습도 상태를 알아야 식물에게 맞는 대처를 해줄 수 있으니 많이 구매하게 되는 상품이다. CAS 제품이 정확하다고 해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사실 뭐 아무거나 사도 상관없는 것 같기도... 우리집에는 온실에 하나, 베란다에 하나, 실내에 하나 있고 자주 체크해보면 생각보다 환경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외편 : 이건 사지 마세요

다이소 식물용 벨크로 테이프

다이소에서 파는 제품들도 대부분 가격이 싸고 나쁘지는 않은데, 이건 진짜 뭐냐 싶은 제품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식물용 벨크로테이프. 식물을 보호하는 목적이라 벨크로의 부드러운 부분이 식물에 닿게 감아야 하는데 그렇게 감으면 겉이 흰색이 된다. 보이는 부분이 초록색이 아니려면 식물용일 이유가…. 양쪽 다 초록색인 전문 제품을 구매하자.

식물에 닿는 부분이 초록색이고 바깥에 나와야 하는 부분이 흰색이다. 그래서 심지어 잘못 사용해서 거꾸로 사용해야 한다고 친구가 알려주고…포장지엔 초록색이 바깥이었는데!ㅠㅠ

여기에서는 가습을 위한 눈물의 대환장파티 도구와 식물등이 빠져 있는데, 이건 또 따로 다뤄야 하는 광대한 영역인 것 같다. 식물을 키우면 자연가습이 된다고요? 오히려 식물을 너무 많이 키우는 사람들(식덕)일수록 인간이 아닌 식물을 위해 가습기를 틀어주는 삶을 살고 있음을... 식물은 전지구적으로 유전자 배포에 가장 성공한 종인 만큼 생명력이 강하지만, 실내환경을 자생지에 맞춰주어야 예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걸, 직접 집에 여러 개 놓아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죽이지 않으려고 애써보기 전까지는 몰랐었다. 또 생각보다 노동력&움직임을 많이 요하는 취미로, 갈수록 너덜해져가는 몸 조금이라도 보존하고자 초기 도구 세팅에 힘을 쓴 점도 있다. 겨울이 지나면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쟤들도 생명인데 우리집에 온게 너무 불행하지는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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