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죽지 말라고 베란다에 가습기를 트는 광인이 되었다
하나에 빠지면 뭔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버리는 나… 결국 국내에서 괜찮은 상태로 구해지면서 내 마음에 드는 칼라데아는 전부 다 사버렸다. 심지어 희귀식물들과 달리 칼라데아는 비싸지도 않았다.
한편 국내에서는, 마란타과 식물들은 모두 칼라데아로 퉁쳐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마란타과가 상위로, 그 안에서 마란타/칼라데아/크테난테/스트로만테 속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김해 김씨에 김밥파 김치파 김초밥파 김해파 등이 있는데 흔히 김밥 김씨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심지어 많은 칼라데아는 학명이 고퍼르티아로 이동했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해외든 한국이든 대충 칼라데아 calathea 로 유통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이파리가 얇고 널찍하며 붓으로 그린 듯한 시원시원한 무늬가 특징이다. 그럼 우리집에 살고 있는 칼라데아들을 소개해 본다.
일산 푸르다(오프라인) / 10,000원
칼라데아 중에서도 까탈왕 및 병충해왕(특히 응애맛집)으로 유명한 친구인데 실물을 보니 그래도 하나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응애가 호주산 식물만 퍼먹은 데다 3일에 한번 김장김치 절이듯 물샤워를 했더니 너무 잘 자라서 여러 칼라데아를 들이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키우면 키울 수록 퓨전화이트는 꽤 어려운 식물이 맞긴 맞다고 느낀다. 우선 모든 범-칼라데아 중 잎이 가장 얇다. 잎이 얇을 수록 습도관리 및 물주기가 까다로워진다. 온실로 넣었더니 습도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아직 적절한 빛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식물등이 달려있는 윗칸에선 잎이 노랗게 구워지듯 타고, 안 달려있는 아랫칸에서는 흰 지분이 미미한 초록잎들만 내고 있어 어쩌란말이냐 트위스트추면서 이러고 있다. 뿌리도 잔뿌리 위주인 칼라데아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연약한 편. 그래도 열심히 시중들면 잘 자라는 보람은 있다. 뿌리도 엄청 자라서 두달만에 약간 큰 슬릿분으로 갈아주었다.
다만 구엽이 말라비틀어지는 건 온실에 넣어도 방법이 없긴 하다. 약간의 그러려니 정신이 필요하다.
양재 꽃시장(오프라인) / 10,000원
서울식물원에서 보고 와 너무 예쁘다! 나도 키우고 싶어! 라고 처음 생각했던 그 식물. 이리저리 검색해본 끝에 진저라는 것을 알게 됐다. 비슷하게 생긴 진저와 오나타가 대충 스까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많이 헷갈렸지만 빵떡한 잎에 연핑크 줄이 오나타, 긴 잎에 핑크 줄이 진저다.
한여름에 농약 사러 가는 김에 이걸 사고 싶다고 양재 꽃시장을 뺑뺑 돌았는데 오나타만 팔고 진저는 별로 안 팔아서,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걸 샀지만 내가 너무 좋아해서인지 우리집 와서 더 예뻐졌다. 습도가 떨어지고 나서는 온실에 보관하고 있어 아직 별 문제는 없다.
커먼리프(온라인) / 18,000원
집에 배송온 식물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란 건 처음인 것 같다. 칼라데아류는 새촉이 나면 집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보는데 아직 온 지 2주정도밖에 안되기도 했고… 온실에 넣어두고 좀 지켜보고 있다.
초록플랜트(온라인) / 10,000원
핀터레스트의 한 사진이 유명해져 한 2년 전쯤 대유행했던 식물이라고 한다. 지나간 유행이면 어때 예쁜데!!! 처음 농약을 열심히 살포할 때 뿌리파리로 추정되는 곤충이 굴러다녀 나를 식겁하게 했으나 역시 온실 가습기 옆 자리가 살만한지 아직은 깨끗하게 잘 자라는 중이다.
용인 남사 펠리체가든(오프라인) / 9,000원
다른 칼라데아류보다는 덜 까다롭다고 하고, 일단 초록색이고, 잎도 나름 빳빳하여 실습에 내놓았다.(온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이 친구들은 너무 빛이 좋은 곳에 가도 누렇게 뜨거나 마르는데 얘도 그런 증상이 있어 한 번 자리를 옮겨 주었다.
월간화원(온라인) / 3,300원
칼라데아 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의 식물로, 처음엔 좀 징그럽다고 생각하다가 자주 보니 좀 스며들게 되어 저렴한 상품이 있길래 겟했다. 잎이 얇고 빳빳하고 완전 초록색도 아닌데 생각보다 실습에서 타진 않는 편이라 그래서 얘는 쉽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하게 돌돌말린 새 촉도 하나 나는 중이다. peacock plant라는 별명도 있다고. 선반 위쪽에 두면 잎 뒷면을 더 많이 보게 되는데 그것도 마음에 든다.
커먼리프(온라인) / 6,500원
화려한 색상에 걸맞게 까탈왕이다. 온실에만 뒀는데도 구엽은 막 타고, 이틀이면 흙에 물이 쫙 마른다. 그래도 식물등+온실 환경이 좋은지 새 촉을 한꺼번에 세 개나 내는 중이다.
커먼리프(온라인) / 12,000원
비슷한 과의 로제오픽타 로시를 관리해보니 이쪽 과 친구들은 아예 좀 큰 것으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구매했다. 안쪽의 화려한 잎무늬가 매력적이다. 우리집 식물 중에서는 신입이다.
월간화원(온라인) / 3,300원
벨벳 느낌을 가진 예쁜 식물이다. 받아보고 삼천삼백원에 이렇게 예쁜 식물이…? 라고 생각했을 정도. 단지 사진으로는 어떻게 해도 딱히 예쁘지 않은데 사진 실력의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초록색으로 생긴 주제에 잎끝도 상당히 잘 탄다. 실습에 있다가 기겁하고 온실로 보내줬더니 무성히 새 잎을 내며 잘 살고 있다. 벨벳 질감에 사브작하는 얇은 잎이라 습도에 민감한 편이란다.
월간화원(온라인) / 11,000원
올해의 이상기후 때문에 칼라데아 종특이라는 잎끝이 탄다는 것을 실감을 못했는데, 마침 좀 건조한 시기라 집에 온 지 일주일쯤 지나자 끝이 열심히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실에 넣기엔 사이즈가 컸기 때문에 실습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파리는 초록색이지만 좀 힘없이 얇은 편이긴 하다. 도대체 이건 또 어떻게 돌봐야 하지 하고 구글에 calathea mauiqueen을 넣어서 뜨는 식물이… 이게 아닌데? 심지어 퓨전그린이라는 이름으로도 이렇게 생긴 식물이 유통되고 있다.
잎이 타는 현상은 시간과 가습기가 해결해 주었다. 가습기로 실내습도를 높여준 다음 심하게 탄 잎을 잘라주었더니 그나마 좀 깨끗해졌… 지만 이 식물을 기르려면 잎 끝이 타서 말리는 것에는 좀 관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인 남사 펠리체가든 (오프라인) / 6,300원
물을 자주 달라고 하는 것 말고는 생김새도 성격도 무난한 친구인데 초반에 집에 적응할 때 잎이 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청구원(온라인) / 12,000원
픽셀 모양 무늬가 매력적인 식물이라 일산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들이고 싶어하다가 결국 온라인으로 주문해 받아보게 되었다. 우리집에 와서는 키만 웃자라듯이 쑥쑥 크고 잎에 구멍이 나거나 먼지도 끼어서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최근 화분 끝에서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니가 사… 살고는 있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용인 예삐플라워아울렛 / 12,900원
국내에서 잘 유통되지 않는 종류인 모양인데, 남사 갔을 때 있어서 급 집어왔다. “칼라데아”라는 이름을 단 친구들 중에 가장 이파리도 두껍고 빛 쨍쨍한데 갖다놔도 괜찮고 가장 무던한 편이다. 꽃이 관상할 만큼 예쁜 몇 종류 안되는 칼라데아라고 한다.
우리는 크테난테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Ctenanthe의 “C”는 묵음이라 테난테라고 불러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콩글리시로 크테난테라고 할 것이다. 실제 관리해보니 칼라데아 친구들보다 습도에 덜 민감하고 덜 타며 자라는 속도가… 무지무지 빠르다….
헬로우파머씨(온라인) / 19,900원
국내에도 인기있는 크테난테 아마그리스의 원종이다. 어느날 실험실에서 생선뼈같은 아마그리스 잎맥 모양의 돌연변이가 생겼고, 그게 복제해서 퍼진 게 아마그리스라고. 크테난테 아마그리스는 큰 식물 시장을 다니다 보면 자주 만나는 식물인데, 가끔 버럴막시아이같은 잎을 낼 때가 있다.
이 잎모양에는 저 무늬가 더 자연스럽고 예쁘지 않아? 하던 차 한 쇼핑몰에서 이걸 팔아서 구매하게 되었다. 잎이 신나게 타면서 초반 적응 중이다.
커먼리프(온라인) / 9,000원
우리집 최고의 속성수 중 하나이다.(아마도 3위 정도 될 것 같다) 엄청 잘 자라고, 목이 마르면 잎을 막 접으면서 비튼다. 그래도 1.5일만에 비트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고 화분을 들어보니 뿌리가 탈출해있었다. 진짜…잔뿌리들의 강건함에 좀 놀랐다.
일산 화훼농협(오프라인) / 21,900원
칼라데아라는 유통명이 좀 억울할 정도로 잎도 딴딴 뚠뚠 강건한 친구이며 웬만해서는 끝이 잘 타지도 않는다. 처음에 내가 15cm분에 담긴 좀 큰 걸 구매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뿌리도 엄청 굵고 성장세도 상당하다.
드루이드 친구에게 선물받아 우리집에 올 때부터 덩치가 상당했던 몬스터로 결국 좀 정리해서 물꽂이도 해보고 모아서 심어도 보고 위치도 해가 잘 드는 데도 가보고 여러 가지 실험을 반복했던 개체이다. 워낙 사이즈가 커서 그렇기도 한데 대체로 어디에나 무난히 적응하는 편이지만 햇볕이 강한 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바닥에 놓아 가습기 앞에 놓아줬더니 조금 행복해하는 느낌이 든다. 짜식… 행복하냐…
범-칼라데아류는 70% 이상의 습도를 요구한다지만, 습도가 최소 60% 이상이 되면 안정적으로 나름 잘 사는 것 같다. 확실하게 물과 전기를 태우는 가습기 이외에 습도를 올리기 위한 민간(?)요법들이 있는데, 나는 깊이가 좀 있는 다이소 화분받침에 자갈을 깐 뒤 물을 부어서 증발하는 수분이 잎과 화분내 습도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는 설을 믿고 있다. 누군가 실험했더니 공중습도 전체를 올리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화분 근처라도 도움이 됐음 하는 마음으로…
가을겨울 정도 되면 결국 대량의 미스트를 공중으로 뿜는… 가습기 말고는 별 방법이 없게 된다. 결국 거실용 큰 가습기를 구매해 베란다에 1단으로 약하게 쏘고 있다. 누가 식물로 자연가습이 된다고 했나? 식물에 가습기 쏴줘야… 은 죽는드……..
화분의 10cm정도 막대기나 토양 측정계를 찔러서 흙이 마르면 샤워기로 잎도 샤워시켜가며 화분 밑에서 물이 나올 정도로 흠뻑 주게 되는데, 작은 개체이면서 빛을 많이 받는 경우는 정말 2-3일에 한 번 물을 드려야 할 때도 있다. 맑은 날이 조금이라도 지속되면 물 수발도 상당히 일이다. 대신 수발하는 만큼 쑥쑥 돌돌 말려 올라오는 새 잎을 보는 재미는 있다.
대부분 식물이 그렇지만 촉촉한 흙은 좋아하지만 축축하면 과습이 되어 썩기 쉽다는데 아 어쩌란 말이냐! 칼라데아들은 뿌리가 실뿌리니 통기성이 좋은 토분에 심어주는 게 좋긴 하다. 하지만 19호 토분만 들어도 손목 떨어질 것 같은 점이나, 그런 주제에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점이 상당히 많은 수발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개체가 작을 때까지는 이것저것 신경써줘야 하는 게 맞고, 어느정도 덩치가 붙으면 습도 관리조차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데 그정도까지는 아직 키워보지 못했다. 나는 화분 크기가 20cm가 되기 전까지만 토분에 심어주기로 했지만 언제 마음이 바뀔 지는 잘 모르겠다.
열대식물이라서 냉해를 입기가 쉽다고 한다. 베란다 온도가 15도를 찍는 날… 거실로 이사를 해야 할 것이다….
게으름뱅이이면서 이런저런 흙 재료를 보관하고 싶지 않은 나는 대충 상토 1 : 배수재 1(펄라이트 산야초 반반) 정도로 하고 있는데 몸이 다소 피곤하지만 아직 죽이지 않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범-칼라데아류들은 집에 깨끗한 상태로 왔다가도 우리집에만 오면 잎 바깥쪽 끝부터 바삭바삭하게 타기 시작하는데, 걔들 나름대로 환경 적응을 하는 것이다. 환경 적응 후 새 잎(땅에서 돌돌말린 새촉이 남)이 나면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을 경우 이전 잎은 잘라버리면 된다. 내가 보기에는 못생겼어도 잎으로서의 광합성 역할은 하고 있으므로 외모와 생명 유지에서 균형점을 찾자. 집에 적응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일어나면, 바로 바깥에 나가 습도가 어느정도 되는 지 확인해보고 가습기를 챙겨주고 온실을 환기한 뒤 물을 준다. 그러면서 잎의 상태를 계속 확인한다.
자기 전에, 가습기 물을 채우고 수반의 물을 채우고 잎의 상태를 확인한다.
키우기 어렵다고 소문난 칼라데아들이지만, 인간만 좀 부지런을 떤다면, 그리고 처음에 너무 조그만 개체를 사지 않는다면 같이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오히려 너무 빨리 자라는 게 감당이 안되고 있;;;) 너희들… 의문의 부지런함과 육체노동과 루틴을 주었구나…… 차는 조금 기다려주지만, 식물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조금은 부지런해지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