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여기.
ep4. 시골학교의 교육
아이들이(나를 포함해) 학교와 자연에 적응을 잘해가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특히, 첫째가 학교 가는 것을 참 즐거워한다. 서울에서 마지못해 등교하는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등교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유쾌하다. 아이들의 등교를 매일 볼 수 있는 행운이 함께한다.
며칠 전 2학기 수업 설명회가 있어 참석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타지에서 와서 지내고 있었다. 코로나 시기 전후로 이사를 온 것이다. 시간이 부족해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자녀 교육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 비슷할 것 같다. 같은 주파수는 서로를 끌어당기기에.
수업 시간도 서울에서보다 자유로운 것 같다. 수업 중에 과자도 먹고 선생님과 농담도 자주 한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손을 들고 벌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수의 학생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면 강제와 훈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과외 활동도 많고, 모두 지원을 해준다. 방과 후를 비롯해 원어민 화상영어까지 모두 무료이다. 심지어 첫째는 11월에 일본으로 3박 4일 일정의 여행도 계획되어 있다. 지난주에 급하게 여권도 만들었다. 첫 해외여행이라 설레하며 매일같이 일본 이야기 중이다. 태극기를 꼭 사서 간다고 한다. 학교에서 상반기에는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으며 여름에는 서핑, 겨울에는 스키캠프가 예정되어 있다. 모두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저녁이 되면 산책을 하고 책상에 둘러앉아 공부를 하는데 학습기기를 지원해 줘 교육이 편하다. 부족한 부분은 유튜브를 참고한다. 공부 잘하기를 특별히 바라지는 않지만, 학습 습관은 형성시켜 주려 매일 다 같이 책상 앞에 않는다.
과외 교육과 여행, 특별 활동까지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이 없다. 자녀 둘을 서울에서 이렇게 교육을 시키려면 한 사람 월급에 가까울 것 같다. 내가 휴직을 해서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한듯한데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아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다.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엇이든 고민을 거쳐 결정을 했으면 행동해야 한다.
이 길이 좋은 길인지 나쁜 길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냥 내가 그 길을 가면 된다. 그리고 그 길을 내가 좋은 길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 나. 지금. 여기 -
아침에 일어나서 자갈밭에 어씽을 한다. 흙길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집 앞이 자갈로 되어있어 편히 한다. 발바닥의 고통이 개운해 잠에서 깨어난다. 신선한 주스와 펜션 지기의 텃밭에서 딴 방울토마토, 오이를 곁들여 식사를 마치고 자녀들을 등원시킨다.
잠시 정원에 앉아 해가 들어오는 풍경을 마주한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시냇가 소리가 어우러진다. 산과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새하얗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친다. 오감에 몰입하면 지금 이 순간이 행복에 겹다. 명상이 따로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 온전하다. 대통령이 안 부럽고 재벌이 안 부럽다. 부러울 이유가 딱히 없다.
오두막에 매트를 펼치고 호흡을 바라보며 요가를 한다. 몸은 개운해지고 눈은 맑아진다. 서울에 있을 때 회사에 출근을 해서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뿌연 느낌? 정신이 흐릿한 느낌이었는데 산골 생활 2주 차에 머릿속 안개가 걷혀 맑아진다. 나의 오감으로 인식되는 외부가 맑으니 덩달아 나도 맑아진다. 눈앞의 자연 풍광이 내 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충만해져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다. 잠시 그 속에서 온전히 머무른다.
나의 최대의 단점 중 하나가 조급 함이다. 그 조급함이 산골에서는 확실히 누그러진다. 수시로 호흡으로 현존하며 존재에 만족한다. 농촌유학, 산골생활, 참 잘한 선택이다.
펜션 지기가 풀을 뽑고 있다. 도와드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