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틀 완다
ep-6. 주말부부
올해 7월 집사람이 복직을 하고, 연이어 내가 휴직했다. 둘째 자녀가 2학년 이어서 턱걸이로 휴직한 것이다. 농촌 유학 제도를 알지 못했을 때부터 시골로의 전학과
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에 휴직 계획을 알리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진급을 준비할 연차였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면 두 마리다 잃기 쉽다. 하나를 얻으려면 또 다른 하나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나만의 가치관이다. 그러니 평소에 읽고, 쓰고, 고민하며 가치관을 예리하게 정립해두어야 한다.
나에게 최고의 세 가지 가치는 건강, 자유(시간, 돈, 관계로부터의), 그리고 가족이다. 그간 잘 갈아진 날카로운 가치관의 날은 삶의 가지들을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가지치기로 떨어져 나간 가지는 진급과 월급이었고 남아 정돈된 가지는 가족과 자녀와 건강이었다.
마냥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 생활에 따른 각종 벌레와 더위, 곧 있을 혹한과 각종 편의시설에서 다소간 고립된 상황이 불가피하다. 다만 내가 선택한 길이라 차분히 감수하는게 내 몫이다. 생각과 고민을 가치관의 기준으로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직면한 현실을 긍정적인 결과로 잇는 것은 언제나 나의 태도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뜨거움이 있으려면 차가움이 있어야 하는 삶은 이원성의 축제이다. 집사람이 매주 이곳을 왕래한다. 금요일 저녁이면 시골 버스터미널로 마중 가고, 일요일 저녁이면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움이 반복된다. 그 덕분에 계속 붙어있었으면 몰랐을 ‘그 사람’의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진다. 엄마와 처음으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 간 사랑을 확인하고 유대가 짙어진다. 좋은 경험이다.
- 과틀 완달 -
시골 유학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그리 마땅치 않은 눈치였다. 아들이 산골 오지에서 손자 둘을 잘 키울 수 있을까부터 의심스러우셨던 것 같다. 반찬을 만들고 옷을 빨고 집안 일을 하며 자녀들을 돌보는 아들이 어색했을 터다. 익숙함과 편안함 조차 잊은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구태여 그렇게?라는 생각이셨던 모양이다. 다만 가장이 된 아들의 결정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 혹은 사안이라 잘 있다 오라시며 한동안 먹을 반찬을 준비하셨다.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비판? 에 가까웠다. 자리를 잡고 진급을 향해야 할 시점에서 육아휴직을 이해 못 하는 분위기이다. 그 반응들이 재미있다.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라, 그냥 니 갈길 가”라는 장기하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삶에서 어떤 길이 지름길인지 돌아가는 길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나는 내 길을 내 개성껏 갈 뿐이다.
주위 지인들의 반응은 호기심에 가깝다. 진급과 월급을 포기하고 거기에 사교육을 시작해야 할 시기에 과연 좋은 판단인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고 의아해 한다. 팍팍한 도시 생활과 직장에 지친 몇몇은 부러움과 응원을 전해준다.
이름이 기억 안나는 유튜버가 했던 말이 가끔 생각난다. ‘과틀완달’ 과감히 틀리면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이다. 촘촘히 짜여 옴짝달싹 못할 것 같은 우리네 삶이지만 과감히 틀려지면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판 메트릭스는 의외로 허점투성이 인듯하다. 과감히 틀리니 완전히 달라지니 말이다.
노예처럼 우리를 부리는 이 메트릭스를 평생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 또한 교묘하게 이를 이용해 먹어야 한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들처럼 말이다. 이를 위한 선결 조건이 생체 에너지를 높이는 일이다.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명상하며 수시로 깨어있어야 한다. 언제나 기본이 답이다. 그리고 그 기본을 다시금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겐 농촌유학이다.
이 기회를 활용해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어 다시금 내 세상으로 귀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