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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성큼 다가온 산골의 봄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

by Timeless


ep-21. 성큼 다가온 산골의 봄



지난겨울은 유난희 춥고 길었다. 산골생활이 처음이라 날씨가 더 피부로 다가왔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해도 길어졌고 날씨도 따듯하다. 한겨울 동지 전후의 음기도 나름의 무거운 어두운 매력이 있지만 역시 새해의 밝고 활기찬 기운이 감돌아야 마음도 새로워진다.



이른 봄날 아침 자녀들은 고로쇠 물을 한잔씩 마시고 등원한다. 처음 마셔보는 고로쇠 물이 신기하고 달짝지근했던지 수시로 찾는다. 도시에서는 생각도 못해본 귀한 경험이다. 나도 처음 마셔봤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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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산책을 하다 보면 햇살의 따스함에 산이 꿈틀대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원체 봄을 좋아했다. 개나리 꽃이 필 무렵 따듯한 날씨에 새소리와 나비들의 몸짓이면 현기증이 날만큼 행복했던 기억이다. 예전 담배를 피우던 시기에는 따듯한 사월에 담배 한 개비 그리고 자판기 커피 한잔이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그렇게 봄을 좋아했기에 농촌유학 시작부터 산골의 봄을 기대했었다.



오솔길 산책이 끝나고 따듯한 커피를 입에 한 모금 머금고 눈을 감아 햇살을 받으면, 내가 나무처럼 꼭 광합성을 하는 기분이다. 밤에 각을 잡고 해야 꼭 명상이 아니다. 아침 햇살과 맑은 공기 한 모금이 명상이 되는 요즘이다.



형형색색 봄꽃으로 물들 산골의 봄이 벌써부터 나를 설레게 한다. 자녀들과 동산 이곳저곳을 누비며 쑥이며 여러 산나물을 캐야겠다. 물론 어떤 식물이 산나물인지 구분하는 눈이 없으니 펜션지기를 잘 따라다니려 한다.



봄기운이 가득한 나물 반찬이면 몸도 마음도 봄처럼 싱그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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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 소명을 생업으로 삼고 싶다. 아직은 자녀가 어리기에 안정적인 수입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펼칠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향후 펼쳐질 십여 년. 안정적 소득과 새로운 도전이 양립한다.



나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인생에서 타이밍이란 게 참 어렵다. 무엇을 하기에 완벽한 때라는 것이 없어 보인다. 나름의 지혜와 직관으로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하니 용기가 필요하다.



침체된 경기와 주변의 소음은 오히려 무시가 된다. 내면의 불안함을 극복하는 게 더 큰 난관이다. 다행히 내 삶과 항상 맞닿아 있는 죽음을 염두하면 금세 고민의 가지치기가 끝난다. 스스로를 믿는 일만 남는다.



강의를 하고 싶다.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앞선 마음에 펜션지기의 도움으로 이곳의 공동체에서 시범 강의를 해보았다. 물론 강의 내용도 방식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이고 필연적인 과정이다. 처음부터 칭찬을 들을 리가 있을까.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낭중지추. 다름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 능력이 부족함을 한탄할 일이다.



가뭄이 지속된들 언젠가 비는 내리기 마련. 가뭄을 탓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비를 담을 그릇을 키워두어야 한다.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의 몫이다. 비트코인이 그랬고 주식과 부동산이 그랬다. 그때 살걸, 그때 할걸 같은 말은 미련한 후회일 뿐. 그 시기에 매수할수 있었던 사람은 그 이전 시간부터 공부하고 준비했으며 불안한 가운데서도 스스로의 결정을 믿고 과감하게 투자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기에 그 수익을 얻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때 할걸이라는 말은 내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그렇다. 운은 언제나처럼 불현듯 들이닥칠 테니 그 운을 잡을 실력을 미리미리 키워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루틴을 이어가고 오늘도 낭독을 하며 어설프게 유튜브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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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 퇴사준비??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은 어리석은 질문. 심사숙고해서 고민하고 결정했으면 그 결정을 바람 직한 결과로 만드는 것은 내 몫이며, 그 과정이 내 삶이 되는 것이다.



나만의 개성 있는 과거의 점들을 잇고 그어 나만의 별을 만들 시기.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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