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으로부터 자유를 향해 - 마찰력
자녀들과 스마트폰.
펜션지기의 배려 덕에 텃밭을 두 고랑이나 얻었다. 돌도 골라내고 고랑도 만들어야 하지만 펜션지기와 펜션의 큰 이모님께서 채소를 심을 수 있게 사전 준비를 다 마쳐주셨다. 어제는 고랑에 비닐을 덧씌우며 간간히 큰 돌들도 골라내고 감자를 심었다. 옥수수 씨도 주신다고 하셨으니 조만간 시골 장터에 들러 상추, 방울토마토 그리고 삼겹살에 필수인 깻잎과 고추 모종도 사 와야겠다.
식물들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자녀들이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의 비와 땅의 풍요를 오감으로 경험하고 추억할 것이다. 이런저런 배려를 해주시는 펜션지기께 참 감사하다. 도시에 있었으면 서로 엄마 아빠 휴대폰에 집착했을 시간이지만 이곳의 환경에서는 생태 체험이 자연스럽다.
아직 자녀들은 스마트폰이 없다. 그리고 당분간은 사줄 계획도 없다.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생각해 오던 바이다. 얼마 전 공폰이 있어 이를 잠시 손에 쥐어주었더니 집착을 했고, 밤에 몰래 게임을 하다 들켜서 혼을 낸 적이 있다. 사실 자녀들을 뭐라고 할게 아니다. 성인인 나도 도파민을 수시로 터트려대는 이 기계를 감당 못해 쩔쩔매는데, 어린 자녀들이 감당할 수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우리도 스마트폰이 감당이 안돼서 전화와 문자 같이 꼭 필요한 기능 외에는 디톡스 어플로 스마트폰을 잠가 둔다는 것을 자녀들도 잘 안다. 만약 스마트폰을 사준다면 그 순간부터 시간과 감정이 불필요하게 소모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다시 폰이 없었던 시절로 돌이키기는 더더욱 힘들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이 없어도 큰 무리가 없다. 학교 과제 같이 꼭 필요한 때는 시간을 정해서 잠깐씩 주면 된다. 때때로 친구들은 다 있는데 왜 자기들은 안 사주냐고 졸라대기도 하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다. 너희들은 스마트폰을 절제 못할 것이고, 폰에 장시간 노출되면 성장기인 너희들의 몸과 정신에 해롭다고. 특히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출시키고, 전두엽을 파괴해 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니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아 아빠를 싫어한다 해도 득실을 따졌을 때 득이 크니 사주지 않는 것이라고. 부모는 자녀들이 성인까지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양육의 의무가 있으니 아빠는 그 의무를 다할 뿐이라고. 몇 번을 졸라도 같은 태도와 같은 답변이니 요즘은 그 기세가 많이 꺾였다. 스마트 폰을 사주고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사주지 않는 단호한 결정이 한 수위이다.
다만 무조건 통제가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유행이나 흐름에 맞는 기술은 필요하고 또한 익혀야 한다. 이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가 사용할 때와 강도가 들고 있을 때는 그 쓰임이 다르다. 어떤 도구든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유용함의 여부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초등학생 까지는 스마트폰이 없는 게 득이라는 판단이다.
앞으로 곧 자녀들은 중학생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시대의 흐름과 자녀의 특성 그리고 부모의 의무를 조합해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봐야겠다.
중독 中 – 마찰력
우리는 습관과 환경의 노예이다. 의지력은 항상 조금은 부족하며, 그 마저도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습관을 관리하고, 환경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부정적 습관에는 군데군데 마찰력 설치해 접근을 까다롭게 하고, 긍정의 습관에는 마찰력을 제거하는 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 불리한 환경에서 불필요하게 의지력을 낭비 말고, 유리한 환경에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자.
술
(다만 나처럼 중독에 취약하거나 알코올 의존증 단계 이상이었던 사람에게 이에 해당되니 술을 음식으로 대하는 보통의 사람과는 상관없을 것 같다)
마약중독자는 밀가루만 보아도 흥분한다고 한다. 방아쇠(트리거)가 당겨진 것이다. 그렇기에 단주 초기에는 특히나 가급적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아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술병과 술잔을 앞에 두고 참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가뜩이나 술을 참느라 의지력을 소모 중인 상황에서 눈앞에 펼쳐진 술상은 단주 실패가 필연이다.
노래를 들으면 감성을 자극해 술이 생각났기에 단주 초기에는 노래방은 물론 노래도 듣지 않았다. 반년 정도는 퇴근길에 음식점 골목을 피해 한참을 둘러서 집으로 갔던 기억이다. 여럿이 어울려 술잔을 부딪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포털 사이트의 단주 카페에 가입을 해서 단주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자. 자격시험 전에 합격 수기의 공통점을 취합해 이를 따르면 합격이 수월해지는 이치이다. 또한 단주를 마음먹은 이들과 글을 도구로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면 술과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수월해진다. 글쓰기를 병행하면 스스로 자각도 수월해지니 일석이조다.
담배도 결은 비슷하다. 초기일수록 회피 전략이 최고이다. 담배와 관련된 것들은 눈에 띄지 않게 모두 버리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흡연실은 얼씬도 말아야 한다. 요즘은 보건소에서 니코틴 패치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금연 포상금도 주는 것 같다. 니코틴 패치도 적극 활용해 그 용량을 점차 줄여가면 금연에 도움이 된다.
금연을 선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직장에서 다툼이 있었다. 가뜩이나 갈망에 예민했기에 화가 나는 감정에 빠지면 곧장 담배를 사서 피울 것만 같았다. 며칠 참은 게 너무 아까웠다. 고민 없이 밖으로 나가 비를 맞으며 양복에 구두 차림으로 숨이 찰 때까지 뛰었다. 숨이 목까지 차서 헐떡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담배 연기가 아니라 한 모금의 산소라고 되뇌었다. 그 후로 갈망이 극심하면 팔 굽혀 펴기를 힘들 때까지 한다던지 가족에게 전화를 하던지 해서 갈망의 정점을 견뎠다. 갈망도 감정과 같았다. 딱 5분만 참으면 된다. 갈망도 시간의 흐름에 생로병사를 겪고 사라진다.
술도 담배도 평생을 끊는다고 생각하면 그 마음이 참 무겁고 부담스럽다. 우리네 삶도 어차피 일일 일생 아닌가. 툴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처럼 그날만 살면 된다. 갈망의 강도에 고저는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갈망의 절댓값은 점차 줄어드니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 그러니 오늘만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잠시 참아보자.
단주나 금연 초기에 그간 집착했던 술, 담배를 억지로 참아내니 꿈속에서 술과 담배를 했다. 꿈 속이라지만 술과 담배의 맛은 그대로였다. 술 한잔과 담배 한 모금에 크게 좌절하고 낙담했던 기억이다. 꿈에서 깨어선 참 다행이다 싶었다. 카페에서는 이를 음주몽, 흡연몽이라고 했고 길몽이라 했다. 잘 참고 있다는 반증이니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속하면 된다.
커피 – 중독 중에 그나마 가장 수월했다. 한두 달만 참아도 크게 생각나지 않았던 기억이다. 사실 커피는 2년 정도 끊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마시는 중이다. 농촌유학 동안은 하루의 낙으로 남겨두었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스마트폰 – 디톡스 어플을 설치해서 전화와 카톡 같이 꼭 필요한 기능 외에는 특정 시간에 스마트 폰의 기능을 잠그자. 예를 들면 일상생활을 하는 주간에는 편히 사용하다가 한가한 시간이 되어 스마트폰에 빠지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는 어플 설정을 통해 기본 기능만 사용하는 것이다. 평일과 주말의 시간을 달리 적용해 융통성 있게 설정하면 된다. 기기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되 무절제한 시간의 낭비는 막는 것이다. 경험상 일주일 정도만 지나도 스마트폰이 생각보다 생각나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애초부터 산적이 없으니 고민할 이유가 없다. 제거는 의지 발휘의 한참 상수이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