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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Jun 23. 2024

제10화 부산여행일기

희망이랑 떠나는 가족여행 

댕댕트레킹 다녀온 지 이주 정도 지났을 때 나는 희망이와 가족들의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행을 다녀오면 또 여행을 가고 싶어진다던데 내가 딱 그랬다. 댕댕트레킹 때 너무 즐거웠던 그 순간들이 기억나 친오빠가 다시 미국으로 나가기 전 다시 한번 가족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 가족들은 내 의견에 따라주었고 일박 이일이라는 시간을 내주었다. 경주, 순천, 남해 등 많은 여행지가 나왔지만 결국 선택된 곳은 부산과 김해 였다. 희망이에게 부산이라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내가 20대 중반 때 2년 정도 살았던 곳이기도 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결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희망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부산, 김해에는 대형견과 갈 수 있는 숙소가 많았고 나는 김해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이제 우리는 가기만 하면 된다! 


여행 당일 짐을 싸느냐고 분주한 가족들 사이로 희망이는 우리가 준비를 다 하기도 전에 현관 앞에 서 있었다. 견주는 이렇게 분산스러운데 희망이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너도 이제 너의 짐을 스스로 싸보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함박 웃음 지으며 설레여 보이는 희망이를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나는 희망이를 쳐다보며 "그래, 우리 가서 부산 구경 실컷 하고 바다도 보자!" 라며 여행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준비 완료!


식구가 다섯이고 나를 포함하여 네명이 운전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차를 타고 부산을 향해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휴게소와 졸음 쉼터에 들르며 희망이를 차에서 꺼내주었고 특히 문경휴게소에서는 반려동물들이 산책할 수 있는 길과 반려견 놀이터(대형견은 들어갈 수 없다) 가 있어서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산책을 시켰다. 운전하는 사람 앉아서 가는 사람 그리고 희망이도 지쳐있던 상황이었지만 간간이 나오는 센스 있는 휴게소들 덕분에 마냥 힘들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의 희망이와 문경휴게소에서 노는 희망이


대략 4시간 30분 정도 달리고 달려 우리는 김해 숙소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희망이는 맘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도 한옥집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큰 규모에 편안히 잘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숙소를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희망이는 목이 말랐는지 내가 떠다 놓은 물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중간에 물을 주긴 했어도 오줌 마려울까봐 조금씩만 주었더니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숙소에 도착해서 물 먹는 희망이


얼추 숙소를 둘러보고 차에 있던 짐을 모두 숙소로 옮겼다. 그리고 우리는 일박 이일 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다시 차에 올라 부산으로 향했다. 간식으로만 배를 채웠던 우리 가족들은 부산 '국제밀면'을 가기로 결정했고 빨리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했다. (국제밀면은 내 최애 밀면집이다) 희망이는 당연히 밀면 집에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밀면을 먹었고 희망이는 근처 산책을 하거나 바깥에서 먹고 있는 가족들을 기다렸다. 대형견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게는 많지 않아 희망이가 바깥에서 기다리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먹었던 경우가 있어서 그런지 희망이는 바깥에서 기다린다.  물론 전에 적당한 산책은 필수이다. 


국제밀면과 기다리는 희망이


어머니가 예전 부산 놀러 왔을 때 기장 카페가 좋았던 것이 기억났는지 기장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는 밀면을 다 먹고 기장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아, 물론 대형견 동반이 가능한 곳으로 찾아갔다. 우리가 갔던 카페는 특이하게 오두막 집처럼 생긴 별채에서 각 팀별로 입장이 가능했고 별채 안에는 바다가 보이는 통 유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형견도 함께 앉아있을 수 있었다.(별채에 들어가기 전 본관에서 음료 주문을 먼저 해야 한다) 또 창문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려와서 바다 전경과 소리를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굉장히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눈치도 안 보이고 편안하게 희망이랑 있을 수 있어 대형견 견주 입장에서는 또 오고 싶은 카페라 생각했다. 그리고 꼭 대형견 견주가 아니더라도 조용한 곳을 원하면 와도 좋을 것 같았다. 


카페에서 쉬는 희망이


서울에서부터 같이 내려온 피로를 좀 풀어주고 카페에서 나와 광안리로 향했다. 광안리는 부산의 대표 야경 명소이기도 하고 대형견과 함께 찍을 수 있다는 인생네컷 사진관이 있다고 해서 갔다. 부모님이 한 번도 인생네컷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특별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고, 또 희망이랑 사진을 찍고 싶었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었다. 광안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사진관으로 향했다. 사진관에 도착해 보니 대형견 전용 모자도 있고 여러 가지 사람이 입을 수 있는 모자와 장신구, 옷이 있어서 각자 자유롭게 코스튬할 수 있었다. 희망이에게는 앙증맞은 밀짚모자를 주었다. 친구들과 많이 인생네컷을 찍어봤는데 가족들이랑 인생네컷을 찍어보니 흔했던 일이 특별한 일로 느껴졌다. "우리 가족이 가족 사진을 언제 마지막으로 찍었더라?" 이런 생각이 들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찍는 것만으로도 괜찮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여행 다녀온 후로 친구들에게 "가족들과 인생네컷 찍어봐 진짜 좋아!"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광안리 인생네컷에서 찍는 가족사진


사진을 만족스럽게 두 번 정도 찍은 다음 우리는 광안리의 야경을 보러 갔다. 사진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광안대교를 볼 수 있는 스폿이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 가족 여행의 끝이라는 걸 알았는지 광안대교 인근 바다 위에 떠 있는 요트에서 밝은 빛은 뿜어내더니 불꽃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요트 투어 중에서 대형견도 함께 할 수 있는 투어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희망이랑 오고싶단 생각을 하면서 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보며 희망이랑 앉아있었다. 서서 광안대교 사진을 찍던 부모님은 불꽃놀이 덕분에 더 기분이 좋아 보였고, 광안대교의 빛이 더 밝게 빛나는 듯 보였다. 불꽃놀이가 끝난 후에도 광안대교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숙소에서 먹을 음식과 음료를 구매하고서 말이다. 그렇게 부산 여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광안대교와 광안리에서 구매한 야식


다음 날 희망이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늘 떠날 거라는 것을 아는지 숙소의 모든 외부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나뭇가지도 그의 입에 있었다. 리트리버 키우는 견주들은 공감 할텐데 리트리버 친구들은 입에 무언가를 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희망이는 나뭇가지와 인형을 좋아한다. 낯선 숙소에서도 희망이는 마치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고 놀거리를 찾아오니 적응력이 주인보다 좋아 보였다. 댕댕트레킹에서는 이렇게까지 숙소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무와 풀이 있는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침부터 분주한 희망이


희망이가 바깥에서 놀고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씻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진작에 준비를 끝낸 어머니는 숙소를 정리 했고, 나는 대강 씻고 희망이와 나의 짐을 챙겨 차로 옮겼다. 그리고 희망이를 불러  "자, 이제 집에 가자!!" 라며 희망이에게 여행이 끝났음을 알려주었다. 뭔가 아쉬운지 숙소를 쳐다보고 옆집에 살고 있는 개도 스윽 쳐다보더니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아쉬운 감정은 사람이나 개나 비슷한가 보다. 짐을 싣고 있는 나 역시도 짧은 여행이 아쉬웠다. 하지만 또 다시 가족들이랑 여행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고 또 희망이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 의미있는 여행이라 생각이 드니 만족스러웠다. 


차에 올라탄 희망이


 만약 희망이가 나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여행을 끝내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에 다 같이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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