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토끼 Jun 16. 2024

제9화 우리도 가봤다

강원도 정선 '댕댕트레킹' 후기

“우리도 가보자. 댕댕트레킹.”

동생의 한마디로 시작된 댕댕트레킹 여행.


예전부터 댕댕트레킹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희망이는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좋아해도 개가 많은 곳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번 댕댕트레킹을 가기로 마음먹고 티켓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희망이가 조금이라도 싫어한다면 그냥 정선 여행하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획했다.


우선 인터넷으로 댕댕트레킹 입장권을 인원수만큼 구매하고 댕댕트레킹 행사와 연계된 숙소를 잡았다. 행사 덕분에 더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인기 있는 하이원 리조트 -행사장에서 매우 가까운 숙소이다- 는 이미 다 나가고 조금 거리가 있었던 메이힐스 리조트로 예약했다. 좀 멀면 어떠한가. 희망이랑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늘 대형견 견주인 나는 희망이와 여행하기에 앞서 숙소를 잡는 어려움이 늘 있었다. 반려동물 동반이라고 쓰여 있더라 30kg 나가는 대형견과 함께 갈 수 있는지 문의 전화를 하거나 큰 금액이 들지만 풀빌라를 빌려 희망이가 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거나 또는 캠핑장 등에 가야만 했다.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에 리조트를 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온라인으로 24일(금)- 25일(토) 1박 2일의 일정을 예약하고 우리 가족은 일이 끝나고 늦게 오기로 한 아빠와 동생 팀 그리고 엄마, 나, 오빠, 희망이 등 두 팀으로 나눠서 정선에 가기로 했다. 내가 포함된 우리 팀은 대략 오후 3시쯤 출발했다. 희망이가 아끼는 애착 인형과 담요, 사료, 간식, 밥그릇, (실외 배변이지만 혹시 몰라서)배변패드, 입마개 등을 챙기고 말이다. 우리가 짐을 싸고 나갈 준비를 분주하게 하니 희망이는 알아서 현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망이는 준비완료


서울에서 정선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나 싶을 정도로 금요일은 이동으로 시간을 다 보냈다. 늦게 출발한 점도 있었지만 동생과 아빠도 늦게 왔기에 별 다른 걸 하지 않고 숙소에서 쉬면서 토요일 트레킹을 준비했다. 참고로 숙소를 예약한 메이힐스 리조트 방은 스위트룸이었고 로비에서 개와 견주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써져있었다. 미처 숙소와 로비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오래되어도 크고 숲 속 뷰를 볼 수 있는 리조트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나름대로 만족했다. 방도 크게 세 개로 나누어져 있었고 화장실도 두 개나 있었다. 다섯 가족이 쓰기에 충분했고 희망이는 낯선지 차가운 현관 바닥에 있었지만 곧 거실까지 와 다시 자리를 잡았다.


낯선 냄새를 맡은 희망이


다음날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흐린 날씨였고 약간의 쌀쌀함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 9시 30분쯤 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우리는 행사 측에서 준비해 준 티셔츠로 갈아입고 10시 트래킹 시작과 함께 곤돌라를 타기 위해 곤돌라 탑승구로 갔다. 듣기로는 곤돌라 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많이 기다리지 않고 금방 탑승할 수 있었다. 처음 곤돌라를 타 본 희망이는 무서움에 뒷걸음질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타고 다행히 곤돌라 안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우리 앞에 있던 보더콜리도 역시 곤돌라를 처음 봤는지 무서움에 타질 못하고 곤돌라 하나를 놓치는 모습을 봐서 희망이도 못 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잠깐 들었지만 다행이었다.


곤돌라가 무서운 희망이


곤돌라를 타고 꽤 지나야 정상에 도착했고 그 사이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진짜 아름다웠다. 5월의 나무를 느낄 수 있도록 초록색 숲이 많았고 구불구불한 길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나타날 것만 같은 그런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4km 또는 6km 하는 사람들만 곤돌라 풍경을 즐길 수 있었는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4km를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곤돌라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및 트레킹 풍경


정상에 도착해서 시작된 트레킹 길은 야생꽃과 나무 그리고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초행길부터 노란색 꽃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을 안 찍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꽃밭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란 야생꽃과 희망이


도중 사진을 찍으면 사은품을 주는 보물 찾기도 있었서 재미난 요소가 있었고,  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아도 길이 잘 되어 있었기에 엄청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희망이도 평소와 달리 의젓하게 걸어갔고 짖는 강아지가 있어도 덤덤히 걸어가서 걱정을 덜고 갈 수 있었다. 중간에 쉬기도 하면서 희망이 물 충전을 시켜주고 친구들과 인사도 시켜주었다.


물 충전하는 희망이

 

좋았던 점은 모두 견주들이기 때문에 강아지가 작든 크든 강아지에 대해 호의적이라서 서로의 반려견 칭찬하기에 바빴다.


"개가 참 잘생겼네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지만 희망이 꼬리콥터(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빨리 돌아가서 생겨난 의미이다.)를 돌게 하기도 한다. 사람도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개들도 본인이 사랑받는다는 걸 알면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희망이가 짖지도 않고 계속 즐겁게 트레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나서 가는 희망이


계속 길을 가다 보면 이제 끝이 보이는데 시작점에서 매우 가까운 부근에서 산봉우리 보이는 사진 스폿이 있다. 만약 내년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으니 사진 찍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장소이다. 완주도 코앞이라 그런지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희망이도 끝이 보여서 그런지 더 신나 보인다. 물론 지친 표정을 덤으로 가지고 말이다.


사진스폿


끝으로 완주하면서 희망이와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마무리 지었다.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 누군가 또 갈 의사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YES!" 이다. 강아지들과 견주들을 위해 리조트와 산을 전부 빌려 이런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견주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물론 견주뿐만 아니라 개들한테도 신나는 경험이다. 굳이 평점을 매긴다면 10/10 이다. 그만큼 재밌게 잘 놀다 간다!  


완주한 우리 가족들



여행 TMI : 동해 맛집 <잉걸>

오빠와 나 그리고 엄마는 참고로 MBTI 로 보자면 'P'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금요일 정선으로 향하던 우리는 동해에 맛있는 양식집이 있다고 하여 후다닥 당일 예약을 하고 정선으로 가던 방향을 돌려 동해로 향했다. 다행히 야외 테이블이 있는 가게라 희망이를 데리고 갈 수 있었고 바로 앞이 바다라 밥을 다 먹고 밤바다 구경도 가능했다. 나는 맛집이라고는 했지만 인스타 감성의 가게를 보고서 서울 인스타 감성의 맛집들과 별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음식을 먹자마자 나의 생각은 뒤집혀버렸다. 여태 먹었던 음식 중 TOP 5 안에 들 정도로 내 입맛을 저격했다. 직원들의 친절함, 배고픔, 동해의 감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작가의 이전글 제8화 대형견 훈련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