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먹고사는 비영리 조직에 경영이 필요한 이유

비영리 AI 공동체 가짜연구소를 운영하며 배운 것들

by 신진수

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글을 시작합니다.


지난 4년 가까이 비영리 Data & AI 연구 공동체인 가짜연구소에서 활동하며 얻은 경험과 커리어를 쌓으며 고민한 흔적을 이 공간에 꾸준히 순차적으로 남겨보려고 해요.


한국에도 수많은 비영리 조직이 있습니다. 제가 가짜연구소를 통해 경험한 것들은, 한국의 첫 비영리 단체가 시작되었을 시점에 비하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경험을 통해서도, 비영리 공동체의 열정을 역량화하고 조직화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 많은 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비영리 공동체에서 얻은 경험이지만, 사실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어디든 비슷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비슷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제 답은, 솔직히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가짜연구소의 이사회와 구성원 여러분들의 노하우를 빌려 이 고민과 경험을 꾸준히 지식으로 축적한다면, Data & AI 연구 생태계 기여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비영리 조직의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첫 번째 생각의 갈래입니다.



1. Mission : 왜 비영리 조직은 "다르게" 움직이는가?

비영리 조직은 영리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퇴근 후에도 각자의 사명(Mission)을 위해 기꺼이 모인 이들에게는, 회사의 이윤과 같은 명확한 숫자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돈이 아닌 사명을 좇아 모인 조직이기에, 그 Mission이야말로 이들을 이끄는 유일한 나침반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저는 이 Mission에 대한 깊은 공동체적 공감이 바로 구성원 개개인의 내적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급여라는 강력한 금전적이고 외재적인 동기로 최소한의 운영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비영리 조직은 (1) 사명감, (2) 성장의 기회, (3) 의미 있는 기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재적 동기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유기견 봉사를 가면, 비슷한 내적 동기를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짜연구소에서도 구성원들은 돈 대신 자신의 시간과 재능이라는 귀한 자원을 조직에 지불합니다.


조직은 그 대가로 (1) 명확한 임팩트, (2) 개인적인 성취감, (3) 지속 가능한 훌륭한 공동체라는 가치를 반드시 제공해야 합니다. 만약 이 가치의 교환이 실패한다면, 조직의 엔진인 열정과 동기는 너무나 쉽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꺼져버립니다.


결국 이 가치 교환의 고리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인가. 가짜연구소는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고 구체적인 성취를 제공하는 단체로 나아갈 것인가. 이것이 올해 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고민입니다.


2. Execution : 비영리 조직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실행"이 되는가?


Ideas are cheap, execution is everything


OpenAI CEO인 Sam Altman은 실행에 대해 위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경쟁으로 인해 뒤처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 조직 집중력 분산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합니다.


영리 기업도 그러한데, 비영리 조직이 이 문제를 풀기는 훨씬 더 어렵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비영리 조직의 Cost는 돈뿐만이 아니라, 구성원의 한정된 열정과 에너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10개의 좋은 아이디어를 얕게 실행하려다간, 구성원들의 귀한 에너지만 소진시키고 아무런 구체적인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 리더십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아이러니하게도 전략적 포기입니다. "우리 사명에 가장 큰 임팩트를 주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그 외의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에게 용감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Metrics : 우리는 "무엇"으로 성공을 증명하는가?

그러면 그 임팩트를 무엇으로 측정해볼 수 있을까요? 비영리 단체의 성과는 정량화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마치 회사에서 공용 및 지원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단지, 성과의 단위가 돈이 아닐 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피터 드러커의 비영리 조직에 대한 인용구를 가져오겠습니다.


비영리단체란 사람을 바뀌게 하는 전문 직업 단체인 셈이다. 그들의 제품이란 병이 완치된 한자, 교육받은 아이, 훌륭한 성인으로 자란 청소년, 한 마디로 변화된 인간 모두라고 말할 수 있다.


저는 이 관점을 확장해서, 비영리 조직은 조직 전체가 미션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사회 지원 조직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임팩트 그 자체는 정량화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임팩트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짜연구소의 목표가 AI Researcher 연구 역량 강화라면, 역량이라는 최종 산출물을 측정하긴 어려워도, 그 과정에 있는 지표들은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가짜연구소에서는, (1) 프로젝트 완주율, (2) 신규 프로젝트 참여자 수, (3) 프로젝트 재참여자 수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이를 Proxy Metrics (성공에 얼마나 근접하는 지 확인하는 지표)라고 부릅니다. 이 핵심 지표들이 없다면, 조직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막연한 감상에 기댄 채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가짜연구소를 Data-Driven 조직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Summary

결국, 비영리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이 세 가지 질문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사회를 포함한 리더십은 이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Mission → Execution → Metrics)


리더십은 데이터를 통해 전략적 포기를 결단하고(2. Execution), 그 결과로 나온 측정된 임팩트를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3. Metrics).


이 증명된 성과야말로 다시 구성원들의 (1) 개인적인 성취감을 채우고, (2) 명확한 임팩트를 확인시켜주는, 즉 가치 교환(1. Mission)을 완성하는 핵심 축이 됩니다.


첫 글은 이렇게 세 가지 핵심 질문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가짜연구소의 여정은, 선한 의도지속가능한 임팩트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공동체 및 조직의 공통된 고민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