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들

Chapter 1. Introduction

by 신진수

지난 5년간 게임 및 플랫폼 프로덕트를 담당하며 거의 매년 다른 제품을 맡았네요. 던파 IP를 가진 중국 던파와 던파 모바일을 제외하면, Product Life Cycle (PLC)은 참 짧았고 그 안에서의 배움이 조직 내에 축적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정을 쏟았던 프로덕트가 제 손을 떠나가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묘하고도 섭섭한 감정을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며, 가설 중심의 실험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의 변화도 어렵지만, 그런 개인들이 모여 이루어진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Experimentation Works"라는 책에서는 실험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5단계 모델을 제시합니다. 글이 제가 겪은 모든 과정을 완벽히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이 5단계 모델을 빌려 제가 직면했던 도전과 배운 경험을 단계별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Awareness → Belief → Commitment → Diffusion → Embeddedness



오늘은 그 첫 단계인 Awareness 이전의 그 언저리, 왜 데이터 기반 문화를 만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배운 점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Challenges

데이터 기반 문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게임의 짧은 PLC 외에도 다음과 같이 여러 문화적, 기술적 도전이 있었습니다.

Waterfall 방식(기획/개발 후 Live 출시)에 익숙하다.

Top-line 리더십이 데이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Bottom-line 실무자는 고객 가치보다 데이터 기술 자체에 집착한다.

이로 인해 리더십과 실무자는 소통의 접점 (ex. Overall Evaluation Criteria)을 잃고, 사실이 아닌 "강한 의견"이 많아진다.

데이터와 실험은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전락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의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잊혀 간다".


2. Lessons Learned

(1) 왜 데이터 기반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Fewer the facts, the stronger the opinion"

제가 말하는 데이터 기반 문화는 데이터를 맹신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문화란, 구성원 각자가 우리 제품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스스로 검증해 볼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가 없이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증진시키는, 어쩌면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 없는 날을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핵심은 단기 매출이 아닌, 고객을 만족시키고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데 데이터를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2) 데이터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상위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실무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조직장님께 배운 것이 있는데요, 프로덕트 회의 때 데이터 조직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주셨는데, 데이터로 먼저 구성원들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는 그 경험이 참 기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던 것은 아무리 리더가 데이터와 실험에 적극적이라도, 실무 구성원이 그저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동적으로 개발하고 분석하는 것으로만 인식한다면, 데이터 문화는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결국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 스스로가 담당하는 제품을 사랑해야 합니다. 때로는 싫더라도, 내 제품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 관심과 사랑은 우리에게 '고객'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고객이 점차 사라지고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해야 할 대상도, 데이터를 통해 이해해야 할 이유도 사라지게 됩니다.


(3) 소프트 스킬이 기술에 선행되어야 한다.

기술은 문화를 만드는 도구이지, 문화 그 자체가 될 수 없습니다. 가끔은 기술에 몰입한 나머지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초기 목표를 잊고 기술 우선주의를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기억이 있네요...)


데이터 및 실험 플랫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분명 맞지만, 그에 앞서 함께 제품을 만드는 동료들이 데이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와 교육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회사는 일과 관계로 이뤄집니다. 일을 하려면 관계를 통해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분석가가 직접 발로 뛰며 대시보드를 더 많이 봐달라고 영업해야 하고, 만든 리포트와 분석 결과를 적극적으로 노출시켜야 합니다.


동료들을 지원하되 자신의 Visibility를 충분히 확보해야,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동료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제품 초기에는 데이터를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덕트가 런칭하면서 분석가는 많은 영업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고, 동료들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아닐까 싶습니다.


(4) 회색지대는 해결할 수 없으니, 애매하면 내가 해보는 것의 효과

업무에는 늘 회색지대가 존재합니다. 프로덕트 초기에는 특히 더 그렇죠. 안정된 조직이라 해도 교과서처럼 R&R을 칼로 물 자르듯 나눌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R&R을 명확히 나누는 시간에 고객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고객에게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이니까요.


제가 Linkedin 포스트에 올린 KRAFTON 개발자 컨퍼런스(KDC)에서 담당 제품인 "KRAFTON Creator Network (Link)"를 직접 발표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 조직에 프로덕트 마케터가 없다면, 데이터 기반의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데이터 분석가라도 직접 나서서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제품을 홍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제품도, 사람도, 고객의 시간도 유한하다.

지난 5년간 이직을 하고 제품을 떠나보내는 순간마다 이 문장을 Mantra처럼 되새기곤 합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 구성원의 시간, 그리고 제품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우리가 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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