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未完)의 이상화(理想化)

끝내 갖지 못했기에 더 커진 것에 대하여

by diogenes

미완(未完)의 이상화(理想化)~

- 끝내 갖지 못했기에 더 커진 것에 대하여 -

정의부터 시작하자. 미완의 이상화란 끝내 성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의 검증을 받지 않은 채, 가장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대상과 감정에 과도한 의미와 크기를 부여하는 심리다. 헤어진 사랑, 짝사랑, 포기한 길이 지금의 삶보다 더 크고 신비롭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것은 현실로 들어온다. 반복되고, 닳고, 관리의 대상이 된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목표든 내 것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건(事件)‘이 아니라 생활(生活)이 된다. 반면 미완의 것은 현실과 한 번도 부딪히지 않았다. 실망하지도 않았고, 지루해질 기회도 없었으며, 한계를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상상 속에서만 자란다. 시간의 마찰 없이, 현실보다 더 큰 크기로. 우리가 집착하는 것은 그 사람과 대상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했을지도 모를 삶의 버전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한 것은 무엇일까.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욕망이 종종 이렇게 작동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실제로 가진 것보다, 상실했거나 도달하지 못한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사한다. 미완의 사랑이 유독 신비롭고 경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항상 가장 좋은 상태의 내가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는 나, 지치지 않는 나, 끝까지 갔을지도 모를 나. 그래서 그 대상은 더 이상 한 사람이 아니라, 상징(象徵)이 되고 신화(神話)가 된다. 반대로 내 것이 된 사랑과 대상이 일상이 되는 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환상이 현실을 통과(通過)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통과한 것은 언제나 환상보다 작아 보인다. 많은 조언은 말한다. 미련을 버리라고, 과거를 놓으라고 하지만 미완의 이상화는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 결함이 아니다. 이건 인간이 선택의 비용을 견디는 방식(方式)이고, 시간과 후회를 감당하는 구조(構造)다. 문제는 미완을 기억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을 진실로 착각하는 순간부터 삶이 흔들린다. 결론은 하나가 아니다. 즐기되, 속지 않는 것. 미완의 이상화는 지금의 삶을 부정하는 기준으로 쓰이면 독이 되지만, 내가 무엇을 갈망해 왔는지를 비추는 거울로 쓰이면 에너지가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미완의 사랑은 다시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욕망했는지 알려주는 흔적이다 “.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환상을 파괴할 필요도 없다. 다만 현실이 아니라 상징(象徵) 임을 잊지 않으면 된다. 미완의 이상화(理想化)는 버려야 할 미련이 아니라 다룰 줄 알아야 할 인간성(人間性)이다.


2026 2月下旬, 바람 부는 날에~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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