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행복에서 아는 행복까지

한 인간의 생에 대한 철학적 소고(小考)

by diogenes

모르는 행복에서 아는 행복까지~

- 한 인간의 생에 대한 철학적 소고 (小考) -

인간은 태어날 때 행복(幸福)을 개념으로 배우지 않는다. 행복은 먼저 감각으로 온다. 햇빛, 웃음, 어깨를 치는 친구의 손, 밤공기의 냄새. 이 시기의 행복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행복과 존재(存在) 사이에 거리가 없다. 그는 묻지 않는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는 그냥 살고 있다. 이것이 모르는 행복이다. 행복을 소유하지 않고, 행복이 곧 자기 자신인 상태. 청춘(青春)은 곧 확장(擴張)이다. 자아는 바깥으로 흘러간다.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타인을 품으려 하고,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기를 소모(消耗)한다. 그러나 그 소모 속에서도 행복은 있다. 인정받는 기쁨, 사랑의 열기, 가능성의 감각. 다만 그는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귀(貴)한 지,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행복은 있지만 행복을 붙잡지 않는다. 그는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확장이 계속되면 중심은 비어 간다. 어느 순간 그는 느낀다. “왜 이렇게 허(虛)한가.” 무언가를 이루어도, 누군가를 도와도 마음은 잠시 뿐이다. 이때 인간은 처음으로 자기를 바라본다. 행복이 있었는지 묻기 시작하고, 왜 사는지 묻기 시작한다. 이 질문은 고통스럽지만 철학(哲學)의 시작(始作)이다. 행복은 의심하는 순간 개념이 된다. 어떤 인간은 그대로 바깥에 남는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돌아선다. 그는 말한다. “이러다간 내가 사라지겠다.” 그리고 자기를 회수(回收)한다. 회수는 냉소가 아니라 생존(生存)이다. 타인을 향하는 온기를 자기 안으로 돌려놓는 일. 그는 처음으로 자기를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정한다. 이때 인간은 행복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지금 괜찮다”, “이건 가치가 있다.” 이것이 아는 행복의 시작이다. 아는 행복은 흥분이 아니다. 그것은 자각된 평온(平穩)이다. 그는 안다. 이 순간은 지나갈 것이고, 몸은 늙을 것이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인식 때문에 이 순간이 깊어진다. 행복은 더 이상 우연(偶然)이 아니다. 그는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 말에는 후회가 없다.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픔도, 방황도, 상처도 수용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행복은 순수했고, 아는 행복은 단단하다. 하나는 몰입(没入)이었고, 하나는 수용(受容)이다. 그러나 이 둘은 단절하지 않는다. 모르는 행복이 있었기에 아는 행복이 깊어졌고, 아는 행복이 있었기에 모르는 시절을 원망하지 않는다. 인간은 행복을 잃어가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형태를 바꿔가며 성장한다. 행복은 많아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무지에서 자각으로 이동(移動)한다. 처음에는 행복이 나를 살고, 마지막에는 내가 행복을 안다. 그리고 이 두 상태를 모두 긍정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생을 수용(受容)한다. 그는 말할 수 있다. “아스라이 슬펐고, 방황했고, 그래도 길을 찾아왔고, 그래서 지금 내가 있다.“ 이 말이 나올 때 행복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라 존재(存在)의 태도(態度)가 된다. 이 글을 마칠 때, 문득 주역의 한 구절이 떠 올랐다. 不遠復 無祗悔(불원복 무지회) ,멀리 가지 않았기에 돌아옴에 후회가 없다.


2026 2月下旬, 밖엔 비가 내리고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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