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바뀐다는 것에 대하여

쉽지 않지만 해야 하는 당위성

by diogenes

사람이 바뀐다는 것에 대하여~

- 쉽지 않지만 해야 하는 당위성 -

사람은 왜 쉽게 바뀌지 않을까. 이 질문은 특정한 사건이 있을 때 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 더 또렷해진다. 우리는 수없이 “이해했다” 고 말하지만 정작 변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한다. 철학자들은 이 문제를 도덕적 결함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이 왜 머무는 존재인지, 왜 익숙함을 벗어나기 어려운 지를 물었다. 스피노자에 따르면(에티카 Ethica : 1677),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자신을 움직이는 원인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라는 말은 자기 이해(自己理解)라기보다 자기 방어(自己防禦)에 가깝다. 이미 형성된 습관과 환경의 결과를 자유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변화란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지배(支配)해온 원인(原因)을 인식(認識)하는 일이다. 그래서 변화는 느리고 불편하며 드물다. 하이데거(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는 인간이 변하지 않는 이유를 존재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사람은 불안을 피하기 위해 관습 속에 머물고, 질문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그는 이를 ‘비본래적(非本來的) 삶’이라 불렀다. 이 삶은 잘못된 삶이라기보다 편한 삶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에게 묻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러나 변화는 이 편안함을 깨뜨린다. 바뀐다는 것은 더 나아지는 일이 아니다. 불안을 감수하는 존재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아도 삶은 굴러간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 삶은 시간이 갈수록 설명이 많아지고, 합리화가 늘어나며, 관계는 얕아진다. 익숙함은 우리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멈춰 세운다. 바꾸지 않는다는 선택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는 분명한 결과가 따른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쉬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는 더 불편해진다. 하지만 분명히 갈라지는 것들이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늘어나고, 눈치를 보지 않는 관계가 남는다.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관계가 단순해진다. 핑계를 만들 필요가 없어지고,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거울 앞에서 말이 줄어드는 것. 그것이 변화의 가장 현실적 보상(現實的 補償)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착해지기 위해서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뀐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남의 방식으로 설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자신을 움직이는 원인을 이해할수록 인간은 더 자유로워진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主人)이 된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지만 바뀌지 않는 삶이 늘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이 둘 사이에서 어떤 쪽을 선택할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다만 선택하지 않는 삶 역시, 선택의 결과로 남는다는 사실만은 피할 수 없다.


2026 2月初, 설날이 다가온다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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