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무늬와 선택
‘결’에 대한 탐구~
“왠지 모르게 불편한 사람”, “오랜 세월 알았지만 여전히 어색한 관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유독 함께 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에너지가 소모되고 대화가 겉돈다. 우리는 이럴때 본능적으로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나와 결이 안맞아” 이 ’결‘이란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성격이나 취향의 문제일까? 흔히 결을 성격으로 혼동하지만 둘은 다르다. 성격이 행동의 방식, 성향은 행동의 방향이라면 결은 그 사람의 내면 깊이 뿌리내린 가치관의 방향성이다. 결은 한사람의 인생이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고유한 무늬(pattern)이자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반응하게는 회로(circuit)이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타고난 기질위에 어린 시절의 경험, 가정교육, 성공과 실패의 기억, 사회적 관계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나이테와 같다. 따라서 결이 맞다는 것은 취향이 같은 것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것을 의미한다. 매일 부딪치고 다투더라도 가족의 행복이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처럼 말이다. 반면 결이 다르다라는 것은 근본적인 가치관이 충돌하여 함께하는 시간이 불편하고 소모적으로 느껴지는 상태를 뜻한다. 결에는 두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첫째는 다름(同異)의 문제이다. 이는 옳고 그름, 시비(是非)의 문제가 아니다. 내성적인 결, 외향적인 결처럼 각자의 고유성을 존중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가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건강한 거리두기의 본질이다. 둘째 좋고 나쁨의 문제이다. 선악(善惡)이 아닌 양비(良否), 이는 인격의 성숙도와 사회성에 대한 평가이다. 일관성이 있고, 타인을 존중하고, 약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등 보편적인 긍정성을 지닌, 또 타인과 함께 있을때 편안함을 주는 성숙한 인격이 결이 좋다는 것이다. 반면 결이 나쁨은 자기 중심적이고 말과 행동이 다르며 타인을 목표가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미성숙하고 반사회적 특성을 보인다. 결의 다름은 존중의 대상이지만 결의 나쁨은 경계의 대상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우리는 모두와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기준이 ‘결’이다. 나의 결은 어떤 무늬를 가졌는가? 한해를 보내며 나에게 던지는 재미있는 질문이다. 화이불류(和而不流)는 세상의 지혜이고 유유상종(類類相從)은 세상의 원리이다.
2025 12월 歲暮, 嚴冬雪寒에
獨楽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