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사고, 사유, 사색
생각에 대하여~
- 생각, 사고, 사유, 사색-
우라는 흔히 ‘생각하며 산다 ‘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어떤 생각이 우리 삶에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먼저 생각부터 정리해 보자. 생각은 의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배고픔, 피로, 감정, 기억, 습관 같은 조건들 위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떠오르고, 스쳐가고, 사라진다. 이 의미에서 생각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정신적 움직임의 가장 넓은 범위이다. 이 생각들 가운데 의도를 가지고 정렬하고 계산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분을 우리는 ’ 사고(思考)‘라고 부를 수 있다. 사고는 유용하다. 그러나 삶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사고는 생각의 한 기능이며 하나의 도구다. 한편 ’ 사유(思惟)는 생각을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태도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이 생각을 지금 붙잡아야 하는지 묻는 순간, 사고는 멈추고 사유가 시작된다. 사유는 답을 내려기보다 생각과 나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사색(思索)은 그보다 더 느린 상태다. 사색은 결론을 급히 찾지 않는다. 생각 속에 머무르며 더듬고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 사색은 생산적이지는 않지만 삶의 밀도를 바꾼다. 이렇게 보면 생각은 현상(現象)이고, 사고는 기능(機能)이며, 사유는 태도이고, 사색은 머무름이다. ‘생각’하면 떠오르는 두 철학자가 있다. 데카르트와 파스칼. 데카르트의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에서 생각은 의식적으로 자각되는 확실한 사고다. 그에게 생각은 존재 증명의 도구였다. 파스칼의 생각(pensee)은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함을 아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약하지만 그 약함을 생각할 수 있기에 위대하다. 같은 생각이란 말이 서로 다른 범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생각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 깊은 생각도 아니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생각을 구별할 수 있는 감각’이다. 붙잡아야 할 생각인지, 끝내도 될 생각인지를 알아차리는 힘. 즉 생각을 멈출 줄 아는 생각이다. 생각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생각을 줄이기보다 생각과의 거리를 조금 넓혀보는 것도 필요하다.
2025 1월 丙午年 正初에~
獨楽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