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자유
1부: 돈과 자유
- 알아서 기는 시대의 자유 -
돈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 필요를 부정하는 태도는 성찰이 아니라 회피(回避)다. 인간은 먹고살아야 하고 선택하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돈은 생존(生存)과 자유(自由)의 조건이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단순한 교환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거리와 공간을 압축하고 시간을 단축하며 선택지를 배분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무엇을 거부할 수 없는가가 먼저 결정된다. 이때 돈은 목적이 아니라 권력의 형식이 된다. 권력은 더 이상 명령하지 않는다. 돈도 마찬가지다. 대신 사람들 안에 불안을 심는다. 뒤처진 것이라는 감각, 선택하지 않으면 배제될 것이라는 공포. 그 불안 앞에서 사람들은 판단하기 전에 이미 몸을 낮춘다.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복종(服從)한다. 속된 말로 하면, ‘알아서 긴다’. 르네상스의 순수 사유자 라보에티(La Boetie)는 오래전에 이 구조를 꿰뚫어 보았다. 폭군이 강한 이유는 무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복종하기 때문이라고. 오늘날 그 폭군(暴君)은 특정한 인간의 얼굴을 갖지 않는다. 돈과 제도 그리고 구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한편 한나 아렌트는 악의 근원을 사악함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음‘에서 찾았다. 돈과 권력 앞에서 인간은 판단을 유예하는 순간 가장 순종적인 존재가 된다. ’질문하지 않음‘, ’생각하지 않음‘, 그 상태가 구조를 가장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대상을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초월이 아니라 회피다. 문제는 떠나가는가, 남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다. 돈의 절대적 필요는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필요가 인간의 존엄을 침식하고 거부할 자유를 박탈하는 순간, 돈은 조건(條件)이 아니라 지배(支配)가 된다. ‘No’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 생존은 자유가 아니다. 오늘의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돈은 묻지 않는다. 묻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나는 어디까지 순응(順應)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 앞에서 끝내 고개를 들 것인가.
2026 1月下旬, 最强寒波에~
獨樂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