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유에 대하여
서문 : 나의 사유에 대하여
나는 이 책을 써겠다고 계획한 적이 없다. 다만 생각이 쌓였고 그것을 흘러 보내지 않기 위해 문장으로 남겨 가끔 지인들과 공유했다. 그 결과 이만한 분량이 되었고, 이제야 비로소 한 권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글들은 누군가를 설득허가 위해 쓰이지 않았다. 정답을 제시하거나, 세계를 해석하려는 의도도 없다. 오히려 나는 오래전부터 설명하려는 태도보다 내가 서 있을 자리를 흐리지 않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사유는 감정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감정 그 자체로 머무르지도 않는다. 감정이 지나간 자리, 분노와 욕망이 한 차례 가라앉은 이후에 비로소 세계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구조를 분석하려고 시도하기보다 그 앞에 잠시 멈춰 서 있었던 기록에 가깝다.
나는 삶을 통제하지 않는다.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생각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이고, 그 몫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글들은 그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다.
이 책을 읽는 이가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를 필요는 없다. 다만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 지를 잠시 돌아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 사유는 언제나 각자의 자리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글들은 앞서가려 하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으며, 다만 한 사유자가 자기 위치에서 생각을 견뎌낸 결과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026 1월 15일 바람이 부는 날,
獨楽齋에서 幽人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