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변하지 않는 사랑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는 시간

by JENNY

숙제처럼 반복되던 일상이었다. 일을 끝내고, 마치 의무처럼 걸어가던 길. 늘 그렇듯이 무심히 지나가던 거리에서 문득,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버스를 탔다. 오늘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특별한 감정으로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었다.

시간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괜히 기다리실까 봐. 바람도 차가운 날씨에 한참을 서 계실까 봐, 괜히 마음 쓰이게 할까 봐 그냥 조용히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정류장에 내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이가 아흔을 바라보는 아버지께서 그 자리에 서 계셨다. 혹시나 하고, 나를 기다리며. 마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던 내 작은 손을 잡아주려던 그때처럼.


순간 울컥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땐 내가 아버지를 기다렸었다. 유치원 앞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저녁 늦은 귀갓길에. 언제나 아버지를 기다리는 건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신다. 나이 들어버린 딸을 위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서 계신다.


세월이 흘렀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조금 더 느려졌고, 손등의 주름은 깊어졌다. 내가 더 이상 아버지 손을 잡아 달려가는 꼬마가 아니듯, 아버지도 이제는 천천히 시간을 걸어가고 계신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젊은 날, 멋지고 당당했던 아버지는 지금도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 주신다. 외모는 변했을지 몰라도, 아버지의 마음은 여전히 그때 그대로였다.


한때 젊은 시절 미남이셨던 아버지. 아니, 지금도 그대로 미남이시다. 마음까지 따뜻한, 나를 위해 여전히 기다려 주시는 그 모습 그대로. 그런 아버지가 있어 나는 오늘도 감사하고, 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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