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3월 뉴욕 공항의 기억
2025년 4월, 어느 봄날 — 문득 떠오른 그날
요즘 따라 자꾸 옛 생각이 난다.
문득 1986년 3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벌써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날의 공기, 소리, 감정이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날,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공기는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3월인데도 춥네’ 하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걸어가는데—
눈에 띈 장면 하나. 반팔 티셔츠에 쪼리를 신은 젊은 애들이 웃으며 지나갔다.
나는 패딩에 목도리까지 감고 있었는데,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너무 낯설고 또 충격적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이 나라는 정말 크구나.
같은 공항 안인데, 누군가는 남쪽 따뜻한 곳으로 향하고, 나는 북쪽 겨울 속으로 들어온 거였다.
공항 안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나는 눈으로 모든 걸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행은 길었고, 몸도 지쳤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또렷했다.
‘내가 진짜 미국에 왔구나.’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며, 낯선 공기 속에서 뭔가 깊이 들어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하나의 시작점이었구나 싶다.
익숙한 것을 뒤로하고,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디뎠던 용기.
혼자서도 버텨보겠다고, 두 눈 크게 뜨고 세상을 마주하던 그 젊은 날의 나.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느긋해졌지만,
그날 공항 바닥을 딛고 있던 나의 심장이 뛰던 그 리듬,
그건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