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히 살아온 사람의 독서

이제는 가르침보다 위로

by JENNY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예전엔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공부를 위해서였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였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다르다.
책을 읽지 않아도
하루는 어김없이 흘러간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읽게 된다.
이 나이가 되니
누군가의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조언도, 교훈도,
웬만한 말엔 고개가 잘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책은 다르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옆에 앉아
이야기를 건넬 뿐이다.
젊을 때는
책에서 미래를 보았다.
지금은
지나온 시간을 본다.
한 문장을 읽다 멈추고
오래 생각하게 된다.
그 문장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이미 한 번은 살아본 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아, 그때 나는 최선을 다했구나
늦게나마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제 나는
많이 읽으려 하지 않는다.
천천히,
마음이 닿는 문장만 읽는다.
책은
나를 바꾸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조용히 인정해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살아왔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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