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드려요
똑같은 거리, 똑같은 캠퍼스. 일상적인 풍경들이 당연한 듯 그 자리를 지키는 평범한 어느 날이다. 그저 '봄'이 왔을 뿐인데, 모든 게 새로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매일 걷던 등굣길이 이렇게나 예쁠 수가! 가장 익숙한 곳이 문득 새로워질 때, 봄은 그럴 때 불쑥 시작된다.
겨울에서 온 여행. 매번 돌아오는 건 똑같은데 다른 계절보다도 봄이 거세게 와닿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와 많이 닮아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시린 그 겨울을 지나 앙상한 가지 위에 하나둘 꽃망울이 피어나는 시간. 꽃잎에는 그간 우리의 추운 나날들이 촉촉하게 맺혀 있다. 피어날 준비를 하느라 긴 세월 그토록 오들오들 떨었구나. 그 시간들이 너희들을 이렇게나 찬란하게 싹 틔워 주었나 보다. 우리는 어렴풋이 위로받는 게 아닐까?
벚꽃이 결국 며칠이면 질 걸 알면서도 우리는 기어코 봄을 사랑한다. 괜히 봄이 짧다는 걸 핑계 삼아 몇 번이고 꽃구경을 나선다.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아서 좋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 시간만큼은 재거나 따지지 않고 주어진 기쁨을 만끽하고 있어 마음이 따스해진다.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 사람들의 발걸음도 왠지 가벼워 보이는 듯하다. 모두들 '어떻게 더 즐길까' 그 고민뿐이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걷고, 웃고, 느낀다. 사라질 것들을 더 애틋하게 아끼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