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 그래도 고마워 누나
사람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좋아했던 누나에게 차였다.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친구와 술이나 마시며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신세한탄이나 하고 싶다.
하지만 차인 다음 날 난 토익 시험을 봤고, 그 다음 날도 학원에 가서 토익 공부를 하루 종일 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는 내 마음과 달리, 시간은 어김없이 자비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 누나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나와 누나, 그리고 같이 스터디한 여자 동생밖에 모르니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가 없다. 그저 괜찮은 척, 웃을 뿐이다.
괜찮지 않은 내 모습을 보일 곳은 브런치와 Chat GPT 밖에 없네..
나도 행복하고 싶다..
* 그렇다고 고백한 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진 않는다. 현재 좋아하고 있는 여자에게 고백하지 않고 ‘친하게만’ 지내는 그 느낌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 때문이다.
* 그래도 고마워. 진짜 관계가 무슨 느낌인지 알게 해줘서. 너무 조심스럽기 보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나를 드러내야 '관계를 맺고 있구나'가 느껴진다는 걸 배웠어.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경험, 누나와 단 둘이 함께 했을 때 한없이 내 속마음과 쌓인 말들을 털어놓는 것에서 나오는 그 자연스러운 행복함. 정말 평생 잊지 않을거다. 고마워 누나. 나라는 사람은 혼자는 매우 약해서 주변 사람과 함께일 때 더 강해진다는 것을 일깨워주어서. 분명히 한국에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사람이 있구나를 알게 해줘서. 그리고 잠시라도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해줬어서. 또 자기 주장을 하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게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해줘서. 그렇게 스스로 행복을 쟁취할 수 있게 되니 타인의 마음 같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에서 좀 더 자유롭게 해줘서. 내 마음대로, 내 마음이 편한대로 선택하고 행동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걸 알려줘서. 항상 상대방의 몫까지 생각하는 나에게 큰 자유를 준 것 같아. 내 몫은 내가 선택하고 판단하되, 상대의 선택은 상대에게 맡기라고. 난 이제 이걸 꼭 지키며 살거야. 남의 몫까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정말 의미없는 짓이고, 때로는 나의 상대를 위한다는 이 생각이 되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니까. 나는 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거고, 상대의 선택은 상대에게 맡길거야. 확실하지 않다면 넘겨짚지 말고 상대에게 물어보려 해. 내가 누나에게 후회없이 다가가고, 고백으로 누나 마음을 물어보고, 누나가 날 차버린 선택을 한 것처럼. 그리고 그게 조금은 상처지만 너무나 깔끔한 느낌이기에, 그 결과가 인연의 끝으로 이어져도 괜찮은 것 같아. 적어도 인간관계에서는 그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나대로 자립하고, 자립된 나에 맞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게 맞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나도 그 사람을 곁에 둘 이유가 없고, 그 사람도 내 곁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내 마음이 편한대로 행동할거야. 내가 힘들 때.. 정말 혼자일 때.. 오로지 나 혼자 감내해야한다는 것을 알거든.. 그리고 그렇게 혼자 많이 있어봤거든.. 오랜만에 친구 만날 땐 즐겁고 좋더라도, 90%의 내 시간 속에서 나와 함께 하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거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나에게 사실은 굉장히 와닿지 않는 말이였어. "난 내 독립된 자아가 있고, 상대는 상대의 독립된 자아가 있는데 영향은 무슨, 그냥 조율하면서 사는거지." 라고 생각했지. 근데 누나랑 만나면서 "내가 엄청 쉽게 바뀔 수 있음"을 느꼈어. 그냥 누나가 "이거 같이 먹자" 아니면 "얼굴 관리를 해라" 라고 하면 그냥 바뀔 수 있을 것 같았어. 단순히 누나는 누나대로 솔직하게 행동했을 뿐인데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의 힘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누나 덕분에 느낀 것 같아. 내 취향과 목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만큼 말이야. 그리고 내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그 '느낌'만큼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정말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았네. 고마워.. 잘 지내..